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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서로서로 속이고, 미워하고, 편가르고, 싸우고, 가두고, 죽이는 사건들이 소설보다 더 기막힌 이야기 구조로, 너무나도 흔하게 일어나는 현실을 두고 어느 소설가는 이제 소설 쓰기가 힘들어 생업을 접어야겠다는 푸념을 했다지요. 그리고 견공들의 사회에서조차 어지러운 사건들이 벌어질 때마다 '멍멍, 이거 순전히 사람판이구먼'하며 혀를 끌끌 찬다지요.

반칠환 시인의 시에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나를 멈추게 한다/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나를 멈추게 한다/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나는 언제나 나를 멈추게 한 힘으로 다시 걷는다'

그렇습니다.

우리들로 하여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걸어가도록 하는 힘 즉, 인간 세상을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힘은 바로 건강한 도덕성의 힘이며, 이 도덕성은 '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 시입니다.

시의 도덕적 감화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인정되어 왔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온유하고 돈독함은 시가 가르치는 바(溫柔敦厚詩敎也)'라는 말이나 서양에서 시가 인문교육의 중심이 되어온 사실이 이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가 가진 도덕적 감화력이나 인간 형성력은 고리타분한 도덕주의나 설교 투의 지루한 훈화 말씀과는 거리가 멉니다.

시의 화법은 그 메시지가 아무리 엄숙한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재미나 즐거움부터 느끼게 하는 방식을 취하지요. 그 즐거움이나 쾌락 속에 가르침을 섞어 놓지요. 그래서 시 교육은 인간성의 차가운 마비를 방지하는 최선의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규범을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설교 투의 지루한 잔소리를 늘어놓기보다 구옥순이 쓴 다음의 시 한편을 감상시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내 짝이 벌을 선다.

/운동장 열 바퀴다.

//"선생님 제가 다섯 바퀴/뛰어줘도 됩니까?"//고개 끄덕이는 선생님을 보며/둘은 사이좋게 운동장 트랙을 돈다'

김동국.아동문학가.문성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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