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이곳!> 휘청대는 중소도시 상가

경북지역 서민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황의 그림자는 인구 수십만명의 도시부터 농촌 읍까지 깊고 길게 드리워져 있다. 지금 추세라면 포항지역 개인서비스 업소의 30%가 연말에 문을 닫는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선 소비경제 몰락의 전주곡이라며 우려한다.

포항시 대잠동에서 미장원을 하는 서모(39.여)씨는 "생활정보지에 4개월째 '점포 매매.임대' 광고를 냈지만 문의조차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골이던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올 봄부터 갑자기 줄어들더니 지금은 예전의 절반도 안된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불황과 투명경영을 이유로 돈줄을 걸어잠그고, 다른 하도급업체들도 접대성 지출을 타의반 자의반으로 줄이다보니 유흥업소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식당과 미용업소, 옷가게 등 유흥업소를 정점으로 한 2차 소비산업은 유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문경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앙동.점촌동 등 구도심이나 모전동 일대 신흥상권 지역의 경기가 작년부터 크게 위축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폐업점포가 속출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점포들도 매출이 예년에 비해 40% 가량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중앙동에서 가게를 하는 김모(49)씨는 "외환위기 때에도 버텼는데 이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폐업을 신중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청도군내 식당 등 접객업소도 임대료와 인건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다. 건물주는 세입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은행에 이자를 제때 못내고 급기야 재산을 압류당한다. 청도읍 고수리 박모(60)씨는 "3층 건물에 세든 점포 4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며 "전세금과 월말까지 내야 할 종합토지세 등 6천만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캄캄하다"고 했다. 청도군 화양읍 김모(47)씨는 "3년전 1억원을 투자해 식당을 차렸는데 현재로선 건물을 팔아도 빚만 5천여만원 남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유흥접객업과 요식업 및 고가품 판매업소에서 비롯된 불황은 개인서비스업으로 연쇄 파급되면서 소비산업을 공멸의 위기감에 빠지게 했다. 시장.백화점 가릴 것 없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문제는 불황에서 벗어날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

포항공단 한 업체 사장은 "제조업계는 인력감축, 생산설비 해외이전 등 덩치를 줄여가고 있는데 한 집 건너 술집에, 한 집 건너 식당인 현재의 소비시장 구도는 온통 거품 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적자생존의 시장원리에 의한 경제구조 재편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반면 개인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소비산업도 엄연한 경제주체이고,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라며 "이처럼 서민경제가 무너지는데도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최봉국.박동식.박정출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