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공공도서관체제가 발달했다고 하면, 구미 선진국을 연상하고 잘 사는 나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리보다 잘 사는 것도 아닌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다녀온 어떤 사람의 글에 의하면, 그곳엔 한국의 동 수준에 해당하는 마을마다 우리나라 동사무소 건물만한 공공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어느 것이나 사람들이 찾기 편한 곳에 있고 전문서적과 오래된 책, 신간 도서까지 다양하게 구비했고,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아동용 책상, 의자, 책장 등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공공도서관 체제의 확충이 꼭히 경제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님을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미국 2대 대통령 벤자민 플랭클린은 청년시절 회원제 도서관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이용하고 토론장으로 활용했다.
미국은 건국 초부터 공공도서관체제를 확고히 정립하여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공공도서관 체제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공공도서관의 절대적 빈곤상태'가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다.
공립도서관에 가보면 소장자료가 태부족한 사실에 우선 놀라게 되고, 종이책의 절대빈곤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도서관에 대한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 또 놀라게 된다.
문화관광부 도서관정책 담당자나 시.구 도서관 담당자를 만나보면 도서관이 한 나라의 정신적 기초를 세우고, 정보와 지식의 평등을 이루기 위한 핵심장치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대물림 가난에 대한 절망감이 확산되는 요즘 도서관의 역할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부모들이 일하러 나가고 없는 집 아이들과,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주부들이 아이를 데리고 가장 편히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이야기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와 열정을 지닌 사서의 재미난 책읽기,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마을도서관이 동사무소만큼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공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주민요구에 대해 해당 관청들은 늘 예산타령이다.
지금까지처럼 100억원 규모의 공립도서관을 지으려고 하면 예산확보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한 방송국이 추진하는 기적의 도서관 한 곳 건립 비용은 건축비만 대략 10억원, 여기에 부지와 책, 가구, 비품 등이 필요하므로 부지를 제외하고도 15억원 정도가 든다고 볼 수 있다.
선정지역 중 건축면적이 가장 큰 순천시의 경우 390평 정도, 가장 작은 지역은 160여평이니 시·구가 이만한 도서관 부지를 찾기는 그리 힘들지 않을 것같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다.
마을도서관을 많이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볼 수 있게 될지 기대된다.
신남희 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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