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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대 앞 선풍기 용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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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대 앞에 웬 선풍기?'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송년음악회가 열린 5일 저녁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을 찾은 청중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휘대 앞에 선풍기가 놓여 있었던 것. 대구시향이 무언가 퍼포먼스를 보이기 위해 준비한 소품인가 지레 짐작하는 청중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선풍기는 대구시향의 상임지휘자인 러시아 출신의 박탕 조르다니아가 더위를 느끼지 않도록 바람을 생산해 내는 '본래 용도'에 충실했다.

이 선풍기는 박탕 조르다니아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주최 측이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러시아 출신의 이 지휘자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는 요즘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시향의 연습 기간 중에도 지휘대 앞에 선풍기를 켜 놓았었다.

이날 선풍기는 별 소음 없이 '정숙하게' 돌아가 소리를 듣는 데는 별 지장을 주지 않았지만, 시각적으로는 적잖이 거슬리는 물건이었다.

여느 연주장에서도 볼 수 없던 지휘대 앞 선풍기를 보고 한 관객이 혼잣말로 "박탕 조르다니아가 대구 청중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며 쓴소리를 했다.

대구시향 제2대 상임지휘자를 지낸 원로음악인 우종억 영남작곡가협회 고문도 "난생 처음 보는 장면"이라며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음악회를 지켜본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대구시립예술단이 선풍기를 놓아달라는 박탕 조르다니아의 요구를 강력히 거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연주회 때 클라이맥스에서 지휘자의 격정적인 몸짓과 흩날리는 머리칼, 튀는 땀방울을 보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일 수도 있다.

박탕 조르다니아는 대구 클래식팬들의 이같은 기대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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