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제심회 회원들 달콤한 이웃사랑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우리들이 직접 만든 빵과 도너츠를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경산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심수보(46)씨 등 9명은 지난 96년 7월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며 '제심회' 모임을 결성했다.

이들 회원들이 7년 넘게 매월 한 두차례씩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자신들이 직접 만든 '사랑의 빵'을 전달하고 있다.

모임의 산파역인 심수보 회장은 "우리에게는 빵이나 과자일 따름이지만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렵지만 서로 도우며 산다는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고 했다.

회원들은 봉사활동을 한 처음 4년 동안은 매월 두차례(첫째.셋째주 수요일)씩 제빵 기계와 LP가스통, 그릇을 트럭에 가득 싣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갔다.

주로 중증장애인 시설인 성락원과 루도비꼬의 집 등을 찾아가서 이곳 수용자들을 위해 빵 등을 만들어 주었다.

그후로 회원들도 생업에 바빠 6명으로 줄었고, 매월 셋째주 수요일 한차례만 찾게 됐다.

제빵업에 종사한 지 20여년이 됐다는 정동한(41.경산시 남부동)씨는 "빵 만들어 줄 곳을 찾아 옮겨다니다가 3년전 회원들이 20만원씩 갹출해 중고 빵굽는 기계와 설비를 아예 압량면 중증장애인 시설인 성락원 한켠 3평 정도의 창고에다 설치했다"며 "정해진 날짜에 밀가루와 설탕 등 재료를 싣고 간다"고 했다.

13년째 제과점을 운영 중인 신동명(48)씨는 "4, 5시간 정도 작업을 해서 시설에 사는 사람들이 2번 정도 먹을 수 있도록 600개 이상의 빵이나 도너츠, 과자 등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성락원 영양사 이은희(29.여)씨는 "어린이들은 '제심회 아저씨들이 빵 구워 주러 오실 때가 된 것 같은데 왜 안오지'라고 말할 정도로 손꼽아 기다린다"며 "중증 장애인들이 많기 때문에 씹어먹지 않아도 되는 빵이나 도너츠, 케익, 카스테라 등은 특히 많은 도움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평소에는 빵이나 카스테라 등을 만들어 주지만 12월 말이면 성탄절이 있어서 밀가루와 설탕 각 한포반, 계란 30개짜리 10판 등 많은 양의 재료를 사용합니다.

6시간 정도 분주하게 손을 놀려 빵을 굽고, 크림을 만들어 붙여서 케이크 50여개를 만들었습니다". 2년전 경산에서 대구 봉덕동으로 옮겨 빵가게를 하면서도 매월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한준식(44)씨의 말이다.

올해 회원으로 가입한 정일권(37.경산시 진량읍)씨는 "아침 일찍부터 밤 11시까지 정신없이 일하다가도 이렇게 하루 몇시간 동안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경산제과협회와 제과점에 계란을 공급해 주는 박병림(44)씨 등은 이들의 뜻에 동참하고자 재료와 계란을 보조해 준다.

홍신곤(42.계양동)씨는 "누가 알아주든 말든 우리 회원들이 7년 동안 좋아서 한 일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며 "앞으로도 달콤한 사랑을 가득 담아 이웃에게 전하겠다"고 했다.

제심회원 6명이 만든 케이크를 전달받은 성락원생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케이크를 먹었다"며 즐거워 했고, 성락원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해 따뜻한 정을 나누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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