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후반인생

새해가 되었다.

금년엔 딸이 고등학생이 되는 해이니 이젠 분명한 중년이다.

나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던 낱말, 멀고 아득하기만 했던 중년이라는 어휘가 이제 나의 것이 된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을 볼 때면 고루해 보이고 수다스러워 보인 것이 엊그제 같은 데 나 역시 자녀들로부터 그런 소리를 듣는다

머리에 물들이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신세대들의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이로서 록 음악에 빠져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더니 이젠 그것마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틀림없이 중년이 되긴 된 모양이다.

흰머리가 제법 나고 자연스럽던 미소가 줄어든 걸 보면 기계로 따지면 중고품이라고나 할까? 인생을 하루로 환산한다면 분명히 저녁이 오기 전 오후의 시간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가끔 생각한다.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사회인으로서 나의 상은 어떠했는가? 그저 막무가내 나의 중심적 사고로 나의 이상만 쫓은 것이 분명하다.

모든 세대는 그 세대에서의 역할이 있고 생업과 함께 그 역할 속에서 바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젊었을 때의 삶이 마음에서마저 결코 결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삶들이 우리의 뇌리에 항상 따라오고 재조명할 수 있음이 나이듦의 참된 의의이기도 하다.

새로운 판단에서 재발견이 이루어지고 자기 자신에게 재접목할 수 있음은 인생의 후반을 살아가는 이들의 참된 가치가 아닐까 한다.

중국의 문호 임어당이 설파하기를 청년시절의 독서는 창호지 문구멍을 통해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고 노년의 독서는 언덕 위에 올라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또한 21세기는 남을 도우는 자만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머지않아 나의 황혼도 다가오리라! 남은 시간들, 새로운 깨달음으로 내면의 살을 찌우고 현명한 판단으로 좋은 일을 하는 가운데 보람을 찾아 최소한 낙제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다.

이동활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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