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짱 신드롬'의 역풍

'얼짱' '몸짱' 신드롬이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이 여파로 '글짱' '노래짱' '춤짱' 등 온갖 '짱'이 등장한다.

'짱 신드롬'을 만든 것은 인터넷 포털을 비롯한 인기 웹사이트들이다.

정치인 얼짱, 아나운서 얼짱, 운동선수 얼짱에 이어 현상 수배된 '강도 얼짱'에게까지 젊은 네티즌들은 열광한다.

강도 짓을 해도 예쁘면 용서가 된다는 투다.

루키즘(lookism)이 갈 데까지 간 인상이다.

얼짱은 지난해 한국에서 유행한 신조어고 루키즘은 지난 2000년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인종.성별.종교.이념에 이어 새로운 차별 요소로 외모를 거론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이러한 얼짱 신드롬은 능력보다 외모가 더 중시되는 희한한 세태를 만들고 있다.

여자 농구선수 얼짱은 경기에서 단 한 점도 못 넣어도 '인기 짱'이다.

모 방송사는 얼짱 소리를 듣는 한 아나운서만 지겹도록 자주 내보낸다.

얼짱 정치인도 어느 날 갑자기 매스컴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자질과 전문성은 고려하지 않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얼짱 방송인들을 대상으로 삼고초려(三顧草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짱과 더불어 몸짱 아줌마, 몸짱 배우, 몸짱 가수도 인기다.

평범한 주부가 어느 날 갑자기 몸매 하나로 스타로 부상하고 연기롤 못해도 노래를 못해도 몸매와 얼굴만 받쳐주면 배우도 가수도 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도 몸짱은 얼짱보다는 낫다.

몸매를 가꾸려고 '땀'이라도 흘렸지 않은가.

얼짱, 몸짱에 대한 반발로 '얼꽝' '몸꽝' 사이트도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얼짱, 몸짱의 들러리로 전락한 '얼꽝' '몸꽝'들의 좌절감은 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특히 농구.배구.야구.축구 등 단체 종목에서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얼꽝'인 선수들은 외면당한다.

방송국에서도 얼꽝인 아나운서는 대기실을 지켜야 한다.

총선에 나선 정치 신인들은 매스컴에 이름 한 줄 나오는 데도 일희일비한다.

하지만 얼짱과 달리 얼꽝 정치인들에겐 매스컴의 주목이 그림의 떡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은 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얼짱 몸짱 신드롬'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적잖다.

'외모 지상주의'가 '외모 만능주의'로 변질 확산된 때문이다.

외모에 이처럼 관심을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외환위기 이후 무한경쟁 논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직이 더 이상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자 살아남기 위해 젊은 층은 외모에, 중장년 층은 건강에 강박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BA 하워드라는 학자에 따르면 몸무게 55㎏인 사람을 물질로 분해하면 다음과 같다고 한다.

△38ℓ들이 물통을 채울 수 있는 물 △비누 7개 분의 지방 △연필 9천개 분의 탄소 △성냥알 2천200개 분의 인 △중간 크기 못만큼의 철분 △닭장을 칠할 정도의 석회 △소량의 마그네슘과 유황 등이다.

각종 원소의 값을 돈으로 환산하면 1930년대에는 98센트, 1970년대에는 5달러 60센트였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물가로 환산해도 10달러, 우리 돈으로 1만2천원 남짓이다.

그러나 물질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생화학적 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아노킨이라는 학자는 사람 몸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 화학적 회로를 계산하자 슈퍼컴퓨터보다 우수한 기능이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회로를 어느 정도 많이 쓰느냐에 따라 재능의 발휘도나 직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외모도 능력인 시대다.

그래서 너도나도 성형외과로 달려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글쟁이도 '글짱'보다는 얼짱이, 정치인도 '일짱'보다는 얼짱이, 경찰관 얼꽝보다 도둑놈과 강도 얼짱이 대접받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얼짱 신드롬'의 역풍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1만2천원짜리 물질이 될지 슈퍼컴퓨터가 될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다.

조영창(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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