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대학졸업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웃고 있는 아들 김한식(25.김천시)씨에게 아버지(56)는 대뜸 "웃지마라. 지금부터 고생문이 훤한데 웃음이 나오냐"며 던진 한마디 농담에 현 세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 10일 구미지역 모대학 졸업식장 바깥 풍경은 사각모를 쓰고 어울려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의 기쁜 모습과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채 청년실업 문제를 떠안고 있는 졸업생들의 불안함, 그 자식을 지켜보는 안타까운 부모의 마음 등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또 경기침체로 꽃다발과 기념사진 등 졸업 축하용품 판매도 예년에 비해 뚝 떨어지고 그나마 판매되는 것들도 상대적으로 싼 용품만 찾아 어려운 가정경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날 졸업식장 주변에는 기념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사' 30~40여명이 곳곳에서 졸업생과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으며 학교 정문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꽃다발 판매상들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꽃다발 사세요"를 연신 외쳐됐다.
30여년을 졸업식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어왔다는 사진사 권종현(57.구미시 형곡동)씨는 "올해만큼 어려운 해는 없을 것"이라며 "예년 같으면 보통 30명 이상이 기념사진을 찍었을 것이지만 오늘은 고작 6명 밖에 찍지 못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나마 3만원에서부터 최고 10만원짜리 촬영상품이 있지만 대부분 3만~4만원의 싼 가격을 원한다며 "소형 카메라 보급률이 늘고 디지털 카메라로 친구들끼리 서로 찍어주는 경우가 많아 이제 촬영과 배송 등 며칠씩 걸려야 받을 수 있는 필름 기념사진을 꺼리고 있다"고 했다.
졸업생 박주형(여.22)씨는 "그래도 졸업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이라며 "청년실업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 졸업식에 기쁨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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