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에서 출발한 원자재 파동이 지역 산업 현장을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다.
대구.경북 산업계 일각에서는 비금속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원자재 난이 IMF때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 혹독한 IMF때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기업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값이 뛰는 원자재 파동엔 아무 대책이 없습니다.
1년치 원자재 상승분이 일주일마다 뛰어 오르는데 무슨 수로 기업을 경영하겠습니까". (〈주〉하나로기전 김용덕 대표이사)
"IMF당시 국제 원자재가격은 전반적인 세계 경기 침체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원자재 파동은 중국경제의 무서운 성장세에 기인하는 것이라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지역 제조업계의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삼홍공업사 이해성 이사)
4일 '성서공단'은 극에 달한 원자재 파동으로 'IMF때보다 더 힘들다'는 절망과 분노의 장으로 변해있었다.
공단내 1차단지 (주)하나로기전. 엘리베이터, 주차 및 물류운반 설비 등을 생산하는 이 업체 김용덕 대표는 "살다 살다 이렇게 어려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철강 및 형강류 원자재값이 불과 반년전인 지난해 10월 대비 50~70%까지 뛰어올랐다며 철강 단가 장부를 꺼냈다. 당시는 ㎏당 450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700원까지 폭등한 철강값 추이를 직접 보여줬다.
"현 단계에선 수주가 들어와도 납품단가 때문에 계약을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30% 이상 손실이 나는데 누가 공사를 맡겠습니까. 궁여지책으로 현재 진행중인 공사에 위약금을 물고 스스로 공장 문을 닫는 기계 생산업체가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보통철강은 아예 구할 수 없어 손해를 감수하고 70%이상 값이 오른 고급철강을 구해 겨우 납기일을 맞추고 있다.
하나로기전은 대구지하철 2호선 승강기 공사를 따낼 정도로 건실한 기업이지만 지난해 10월 계약한 철강 단가로 공사를 맡았다간 원가 부담으로 더 이상 채산성 악화를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자동차 프레스류를 생산하는 인근 삼홍공업사 생산 현장. 공장 입구 재고 표지판의 SM3용 코일 재고 현황은 24㎏이 고작이었다.
적어도 2천㎏ 이상은 돼야 정상적 생산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철강류 원자재가 300~400㎏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해성 이사는 "어렵게 원자재를 구해 철야 근무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원자재값 폭등으로 수익성 및 생산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구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포스코 등 철강 대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고 중간 도매상을 주로 이용하는 자동차부품업체 경우 이미 15%이상 원자재값이 올라 자금 동원력이 약한 영세기업들부터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서공단관리사무소에 따르면 1천600여 입주업체 중 철강류 원자재 파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기계.금속 관련 기업은 대략 500~600여 업체. 원자재를 구하지 못한 ㅅ, ㅇ기계 등 몇몇 업체는 이미 조업 중단 사태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이번 원자재 파동은 종이, 플라스틱, 화학 원자재까지 확대되는 추세라 입주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ㅅ공업사 관계자는 "거래업체로부터 왜삭강, 스테인리스, 황동, 알루미늄 등 각종 원자재값이 20~50%이상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은데다 그나마 물량이 없어 공급이 자꾸 지연되고 있다"며 "IMF보다 원자재 파동이 훨씬 두렵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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