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SOFA 선지급제'유명무실

"주한 미군 범죄 피해자를 위한 제도만 만들면 뭐합니까".

지난 2월21일 새벽 중구 봉산동 길에서 카오디오를 훔쳐 달아나던 미군 사병을 저지하다 폭행당한 택시기사 김모(31)씨. 그는 지난달말 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미군측을 상대로 '배상금 선지급 신청'을 했다.

배상금 선지급 제도는 지난해 5월 한.미간 소파(SOFA) 개정으로 신설된 항목으로 미군의 비공무 중 사고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배상금을 선지급토록 하는 제도.

그러나 김씨는 며칠 전 한국측 담당기관인 대구지검 송무계로부터 '미군 배상사무소에서 선지급 신청을 기각했다'는 짧막한 답변만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각 사유는 전혀 알 수 없었고 이마저도 문서로 받지 못했다"면서 "이런 제도를 왜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대구지역에서만 미군들에게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지난해 11월이후 3차례나 미군측에 배상금 선지급 신청을 했으나 모두가 김씨처럼 기각을 당해 '선지급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피해시민은 "미군들의 대응이 한마디로 불성실하기 짝이 없으며 기각을 하더라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며 "배상처리 업무를 알아 보려 행정기관을 찾아도 정작 담당자들조차 제대로 된 처리절차를 모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미군이 아닌 국가를 상대로 피해에 대한 배상신청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군기지 되찾기 시민모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선지급 제도는 있으나마나한 제도"라며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불평등한 소파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미군 범죄와 맞닥뜨리게 되면 우선 피하고 보는게 최선의 방책이 되는 셈이다.

이러고도 과연 양국간 좋은 관계를 바랄 수 있을까.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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