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신임대표의 선출로 여권내 역학구도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천.신.정'으로 불리며 신당창당 과정에서 한목소리를 내오던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 천정배 원내대표가 달라진 당내 위상에 맞춰 독자세력화 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이 원내 사령탑이 되면서 벌써부터 '경쟁관계'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직계인 한 당선자는 13일 "어차피 이들 세 사람은 경쟁할 수밖에 없다"며 "큰 틀에서는 유대관계를 갖고 가겠지만 앞으로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우선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게 확실시된다.
현 당헌상 정 의장이 의장직을 내놓게 될 경우 신 의원이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전당대회 등을 통해 새롭게 의장을 뽑아야 한다는 당내 여론도 적지 않다.
이같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정 의장은 아예 입각하지 않을 뜻도 있다.
정 의장측의 한 핵심측근은 최근 "임기 2년 중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대표를 입각시키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중앙당과 원내의 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당 잔류를 검토하게 된 배경은 시급히 당을 떠날 경우 지금까지 쌓아놓은 당내 위상이 신-천 두 사람 중 한사람에게 급격히 쏠릴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 의원이 당권을 넘겨받고 독자세력화를 꾀할 경우 정 의장이 당에 복귀 후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고 당 서열 2위로 등극한 천 대표가 이전과 같은 '대접'을 할지도 미지수다.
정 의장측 관계자도 이와 관련, "만일 11일 경선에서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당선됐다면 정 의장이 입각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과 색깔이 다른 이 의원 중심의 당에서는 정 의장이 언제 복귀하더라도 핵심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사람간의 미묘한 갈등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라크 파병 문제를 두고 정 의장은 신중한 반면 천 대표는 재정지원론을 제기하는 등 재검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1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신 의원은 "152명이 일사분란하게 화합해 움직이자"며 천 대표가 원내대표로서 발언을 한데 대해 "지도를 받기 위해 중앙당 회의 때마다 꼭 참석해 주기 바란다"며 말을 끊기도 했다.
민주당 분당 및 창당, 총선 승리를 위해 의기투합하던 세사람이 자신의 역량에 따라 각개약진할 수밖에 없는 앞으로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서로를 견제하면서 자기개발을 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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