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盧 '임기4년의 첫해'라 생각하라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참으로 다행스럽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함으로써 헌정위기를 종식시켰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들이나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 열린우리당이나 탄핵을 이끌었던 한나라당도 모두들 가슴을 쓸어내렸으리라. 노 대통령 자신도 직무중단 사태로 국민에게 진 빚을 갚을 기회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기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들이 2004년 5월14일을 '대통령 임기4년의 첫해'라는 마음가짐으로 국정을 새출발 시키기를 간곡히 주문한다.

헌재는 오늘 선고결정문을 통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임과 행동의 중요성'을 지적했고 야권에 대해서는 '대통령 탄핵의 경솔성'을 지적했다.

헌재는 16대 국회가 꼽은 3가지 탄핵사유 중 지난 2월 두 차례의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의 발언-"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기대"-등은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천명하고,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경고에 대한 폄하발언과 재신임연계 국민투표 제안 또한 위법적 발언 내지 위헌적 발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그 '선거법 위반'이 헌법수호의 측면에서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측근비리 문제'와 '경제파탄의 문제'는 탄핵사유 또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힘으로써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대해 대통령탄핵의 경솔성을 표현했다.

결국 헌재는 노 대통령에게는 그의 언행이 헌법과 법률에 저촉되는 점을 짚어 남은 임기 4년동안 신중하고도 성실한 국가 통치를 하라는 경각심을 주고, 또 야당에겐 국민의 감정을 무시한 '무리한 탄핵시도'를 기각시킴으로써 서로에게 상생할 기회를 준 것이다.

결정문의 취지에서 보듯 '노 대통령 임기 4년의 첫해'라는 각오는 그동안 찬반 갈등을 빚어온 여.야와 국민 모두 헌재결정에의 '무조건 승복'을 전제로 한다.

그 승복은 야당이 헌재의 소수의견을 정치 쟁점의 빌미로 삼지 않아야 함을 말하고, 또 말할 것도 없이 여당은 탄핵의 기각을 대야(對野)공격의 빌미, "거봐라"식의 우월감에 빠지지 말아야 함을 말한다.

이런 자세 없이는 '상생의 정치'는 없다.

국민을 경제적 고난에서 탈출시킬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두당 대변인의 성명은 비난성 성명이 아니라 개혁과 민생의 새시대를 준비하는 대화합의 합창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노 대통령이 탄핵기각을 승패의 관점에서 보지 말것을 주문한다.

'반쪽의 책임'을 잊지말라는 뜻이다.

총선승리 또한 자신에 대한 신임.지지로만 읽지 말것을 당부한다.

탄핵이라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가 없었다면 17대 총선은 노 대통령의 임기1년의 치적이 주이슈가 됐을 것이고 그 결과는 지금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른 그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초 약속대로 헌재의 결정에 흔쾌히 승복하고 있음을 다행히 여긴다.

비록 총선패배로 탄핵소추의 대가는 톡톡히 치렀지만 지금부터 다시 대여(對與)관계를 잘못하면 국민의 그나마 남은 잔정(情)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헌재가 굳이 밝히지 않은 '소수의견'은 곧 입소문으로 흘러나올 터이지만 그 소수의견에 매달려 국면전환을 꾀하려는 자세라면 소인배의 그것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보다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인정하며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기각결정이 났다고 '탄핵대통령'이란 딱지가한순간에 아무는 것은 아니다.

당장 경제와 민생이 제대로 안풀릴 경우 노정권에 대한 애정과 미련은 실망으로 돌변할 수 있음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진 탄핵문제가 모든 걸 다 덮었지만 대통령직에 복귀한 이 순간부터 당장 청년실업.가계부채.기업도산.이라크 파병 등 노 대통령이 풀어야할 숙제는 파도처럼 밀려와 있다.

탄핵이전과 지금,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노 대통령 앞에 전개돼 있는 것이다.

아니 더 나쁜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야 모두에게 국민을 쳐다보는 정치를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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