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큼 뜨거운 열정이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
학문 하는 즐거움은 바로 그 열정에서 나온다.
학교에, 학원에, 보충수업에, 자율학습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대다수 학생들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른다.
엄밀히 말해 우리 학생들의 공부는 노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목숨 걸고 공부한다'는 학생들을 만났다.
대구과학고 3학년생 3명. 오는 7월 독일과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피아드에 출전할 한국 대표들이다.
역시 그들은 열정에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미치게 만드는지, 목숨 걸게 만드는지 물었다.
대답은 셋이 한 목소리였다.
◇ 목표를 분명히 하라
잠재된 열정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동인(動因)은 목표 의식이라고 했다.
닥쳐오는 상황에 대한 단기적인 목표와 삶의 장기적인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성취를 목말라한다는 것이었다.
장혜민 양은 "막연히 공부할 땐 실력 향상도 못 느끼고 허탈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등에 목표를 두고 성과를 이뤄내니 절로 힘이 생겼다"고 했다.
한겨레 군은 "하루 한 시간이라도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겠다는 목표 정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1학년 때 과제가 많아서 밤 11시가 돼야 보고 싶은 화학 책을 펼 수 있었다.
그래도 책을 펴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충실히 보냈다는 만족감을 느꼈다"고 했다.
안현석 군은 "목표를 세우면 어떻게든 이루겠다는 각오부터 다진다"며 "동기가 분명하면 잠을 안 자도 피로를 잘 모른다"고 했다.
장래 희망을 묻자 모두들 연구직이라고 답했다.
"공부가 지겹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개인적 성취는 물론 사회적 기여도 할 수 있는데 무엇이 힘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선명하게 새겨진 삶의 목표 역시 그들의 열정을 달구는 힘이었다.
◇ 인간관계를 중시하라
누구든 장.단점이 있다.
슬럼프나 위기도 겪는다.
이를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취도 달라지게 마련.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 말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장 양이 얼른 "고1때 담임 선생님요"라고 했다.
자신 있게 출전한 올림피아드에서 동상을 받고 실망에 빠져 힘들어할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는 것.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들 도움이 컸다"고 했다.
한 군은 "중3 때 과학고 학생들이 경시대회서 휩쓰는 걸 보고 모두 자기 공부에만 미쳐 사는 줄 알았는데 막상 입학해 보니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더라"고 했다.
안 군도 "친구, 선.후배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집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상황에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선생님이나 친구, 선배들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
그래서인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흔히 천재의 특징이라고 얘기되는 아집이나 편벽 같은 건 추호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고도의 집중력이나 열정은 오히려 착하고 좋은 성격 속에서 더 잘 길러지는구나'하는 '상식의 파괴감'이 신선했다.
◇ 자신을 잘 조절하라
과학고에 입학해서 그들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중학교까지는 어느 정도 타의적이지만 고교에서는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았다는 얘기였다.
"공부를 잘 하면 잡념도 적고 집중도 잘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모두들 고개를 내저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한 번 고민에 빠지면 좀체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안 군은 "지난 기억을 떠올리거나 미래 계획을 많이 하는데 한참을 빠져있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한 군은 "책 한 권을 덮으려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다음 책을 보다가 기억이 안 나면 공부가 무서워지기도 한다"고 했다.
장 양도 "장차 연구할 분야를 생각하면 워낙 무한해 목표가 보이지 않아 걱정에 잠기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때 필요한 건 자기 조절 능력. 안 군은 "먼저 자신을 이겨내는 의지가 있어야 어려움도 좌절도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했다.
송인덕 과학고 교장은 "공부를 비롯한 학사 운영 대부분을 학생들 자율에 맡기는데 스스로를 잘 조절하는 학생들이 결과도 좋게 나타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사진: 한겨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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