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항쟁'으로 시대 상황이 급변한 가운데 그해 8월 전대협이 결성됐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은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강철 대오'를 형성해 '가열찬' 투쟁에 나섰다.
그런 대학가의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1989년 여름 전대협 제3기 대표자회의가 영남대에서 열렸다.
전국 대학 총학생회장이 모두 참석하는 이 모임은 당시 공안당국을 초긴장상태로 몰아넣었다.
지역 경찰은 물론, 전국 각 대학 학생회장들이 대부분 집시법위반 등 혐의로 수배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해당 지역 경찰 요원도 총출동했다.
▲당시 전대협 의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 임종석이었다.
그는 당시 평양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한국외국어대학생 임수경을 극비 파견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의장님'으로 운동권 학생들로부터 존경이상의 추앙을 받았던 그는 경찰의 수배를 장기간 신출귀몰하게 피해 다녀 신비감까지 만들어 냈다.
당연히 해당 서울 성북경찰서도 체포조를 파견했다.
그러나 파견 형사들이 되레 영남대 천사대(천마결사대)에 붙잡혀 곤욕을 치렀다.
▲임종석은 경찰의 철통같은 수배망을 뚫고 유유히 영남대에 들어왔다.
'무사히' 도착한 참석자는 100여명. 본회의에 앞서 회원들의 인사 겸 여흥시간에 지역별로 단상에 오른 총학생회장들은 준비한 노래와 춤을 추고, 수배를 피해온 무용담을 소개하며 대학생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소속 대학 소재 지역의 강력한 시위주도인물들 이었지만 그 자리에선 거저 보통의 학생들이었다.
임종석도 생글생글 잘웃는 여린 귀공자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일어섰다 우리 청년학생들 / 민족의 해방을 위해…'로 시작하는 '전대협 진군가'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때 운동가들의 표정은 단호하고 숙연하게 바뀐다.
특히 '임을 위한 행진곡'은 슬픔을 결연한 투쟁의식으로 연결시키는 묘한 운동가요다.
시위현장에서 빠지지 않는 이 노래는 광주항쟁때 숨진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사는 백기완.황석영 양설이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 노래가 청와대에 울려 퍼졌다고 한다.
어젯밤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당선자 초청 만찬에서 전대협 출신 등 386세대 당선자들이 앞장서 합창을 했다는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노래할 때 상당수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그런 노래다.
문제는 이제 국회의원이 된 그들이 불끈쥐고 흔든 주먹이 어디로 향하느냐는 것이다.
김재열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