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의 한 체육관. 육중한 체구의 30대 직장인이 가냘픈 고등학생의 팔꺾기에 다급하게 매트를 치며 항복선언을 했다.
다른 30대 직장인, 10, 20대 학생 20여명도 엉켜붙은 채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목을 조르고, 팔을 꺾고, 주먹을 날리며 비지땀을 흘렸다.
이들은 교사, 회사원에서부터 기업체 대표, 고교.대학생들로 '쌈박질'과는 거리가 먼 '순둥이들'. 모두 이종격투기의 매력에 빠져 아름아름으로 모였다.
7개월째 운동하고 있는 신영웅(35.영웅냉동 대표)씨는 천식이 없어지고 체중을 15kg이나 줄었다.
이종격투기 마니아가 된 신씨는 "맨 몸뚱이 하나로 약육강식의 인간본능을 분출할 수 있는 이종격투기는 격투기 최후의 스포츠라 할 만하다"며 "강인함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쌓고 싶다면 이 운동을 하라"고 권한다.
대구에 이종격투기를 처음 소개한 장본인은 이재훈(30)씨. 학창시절 킥복싱과 합기도를 한 그는 이종격투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지난해 이종격투기 세계챔피언 5형제가 운영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히간 마차도 도장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이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금.은메달을 따며 이름을 알렸다.
이 사범은 6명으로 구성된 대구의 유일한 이종격투기팀 '네메시스'를 이끌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이종격투기를 전파하는데 여념이 없다.
지난해 케이블TV에서 격투기 대회를 중계하면서 국내에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이종격투기의 인기는 사이버 공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카페에는 회원수 1만명이 넘는 이종격투기 카페가 10개나 되고 1천명이 넘는 카페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쌈박질클럽은 회원수가 9만4천여명에 이르고 단순히 관전에 그치지 않고 체육관을 빌려 직접 이종격투기를 하는 동호회도 있다.
관람자의 30%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 마니아도 상당수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해 경북과학대는 국내 최초로 이종격투기학과를 만들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는다.
이재훈 사범은 "일반인들에게 이종격투기는 싸움꾼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고 여유와 부드러움을 찾는 운동으로 체력을 증진시키면서 흥미도 찾을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한다.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사진: 최근들어 붐이 일고 있는 이종격투기를 배우고 연구하는 마니아들이 대구에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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