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이슥한 야영지 통나무집. 둘의 숨이 가빠진다. 삐걱거리는 간이침대. 포개져 몸을 애무하던 둘은 서로의 옷을 벗긴다. 일찍 눈이 맞았던 그들은 다가오는 공포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탐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다. 여자가 더 적극적이다. 남자의 위에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인다. 그리고 가쁜 신음을 내뱉는다.
다가오는 어둠의 그림자. 섹스에 몰두한 둘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흙이 묻은 더러운 신발이 들어온다. 그리고 창을 높이 쳐들었다 내리친다. 창끝은 둘의 몸과 침대를 뚫고 바닥에 내리 꽂힌다. 그리고 창을 따라 피가 흘러내린다.
희대의 공포영화 '13일의 금요일'의 한 장면이다.
섹스에 굶주린 남녀의 비극적 결말. 공포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다. 연쇄살인마는 섹스에 혼이 빠진 둘을 기다렸다는 듯이 처단한다. 그것도 관객의 성감대를 자극할 대로 자극한 후 처치하니 '예의'는 바른 편이라고 할까.
공포영화의 계절이다.
왜 공포영화는 친한 남녀들만 보는 것일까. 예전에는 "공포영화 같이 봤다"고 하면 여관이라도 같이 간 것처럼 여기곤 했었다.
공포와 에로틱은 이란성 쌍둥이다.
둘 다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신체적 변화도 뒤 따른다. 손에 땀이 흐른다. 그리고 흥분된다. 따뜻한 것이 그립다. 기대거나 손을 잡고 싶다. 심하면 안기고도 싶다. 이만하면 비슷하지 않은가. 실제 공포를 빙자해 손까지 잡아본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공포와 에로틱. 아예 둘을 세트로 묶어 영화를 만들었으니 바로 '에로틱 호러'라는 장르다. '13일의 금요일'을 비롯해 '버닝' 등의 영화들이 그랬다. 늘씬한 10대 소녀들이 야영지에서 옷을 훌훌 벗어 던지는 에로틱이 공포와 교접하는 영화들이다. 그런 영화들은 늘 물가에서 촬영돼 비키니라는 합법적인 장치(?)를 통해 노출을 극대화시켰다. 물에 들어가서는 그마저도 벗어 던지고 아슬아슬하게 유영한다.
'헤픈 여인은 늘 죽임을 당한다'. 공포영화의 법칙이다.
조신한 몸가짐을 못한 것에 대한 응징이다. 남성중심이니, 여자 학대니 말이 많았지만 에로틱 호러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관객의 성감을 자극해 침이 꼴깍 넘어가는 순간에 피바가지까지 덮어 씌워 깜짝 놀라게 하자는 순진한 생각이 먼저였을 것이다. 아니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어설픈 흉내였거나.
서스펜스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에서 곤욕을 치르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대부분 금발에 미모도 출중하다. 그레이스 켈리, 잉그리드 버그만, 티피 헤드렌, 킴 노박, 자넷 리... .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죽임을 당하거나, 새떼에 쪼이고, 신경쇠약으로 고통 받는다.
그러나 히치콕은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는 기용하지 않았다. 먼로라면 금발에 뇌쇄적인 눈웃음으로 60년대 남성들을 녹인 여인이 아닌가. 히치콕이 세인의 말대로 금발 혐오증에 걸렸다면 0순위에 가까운 것이 먼로였다.
히치콕이 원한 금발 여인은 거실에서는 숙녀지만 침실에서는 창녀가 되는 여자였다. 그는 "학교선생처럼 보이는 영국여성이 택시를 탔을 때 놀랍게도 남자 바지의 지퍼를 열 수 있는 인상을 준다"고 했다.
투피스 차림의 단정해 보이는 여인을 통해 여성의 이중성을 도출해 냈으니 어떻게 보면 그는 '에로틱 호러'의 선구자였는지도 모른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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