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 강의로 '유림고장' 명맥 이어"한문 구절을 하나 더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요즘같이 혼탁한 시대일수록 심성을 닦아 인격수양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합니다."
7년째 성주군 공무원과 초전.벽진면 주민들에게 각각 매주 두 차례씩 원본으로 한학(漢學)을 강의하는 강희대(57.농업.성주군 금수면 명천리)씨. 지난 1998년 3월 우연한 기회에 성주군청 한학 동아리인 '고전학습회'에 초청돼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야간 강의를 펼쳐오고 있다.
강씨는 "성주 공무원들의 경우 처음에는 40여명으로 출발했으나 소학(小學)과 사서(대학.중용.논어.맹자) 등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있는 학습이 거듭되자 '탈락자'가 속출해 현재는 10여명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결석 한 번 없이 늦깎이 공부에 비지땀을 흘리는 성주군 도일회 성주읍장, 송용섭 환경보호과장, 월항초교 이덕주 교감, 홍연옥 성주문화원 해설위원 등을 거명하며 '수제자'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학력이라곤 초교 졸업이 전부인 강씨는 13세 때부터 10여년 간 독학을 하며 한학에 조예가 깊은 선생들을 찾아다니며 한학을 깨쳤다. 생업인 참외와 쌀농사를 지으며 한학에 정진하던 그는 성주군 송 과장의 '삼고초려'로 봉사활동에 나섰다는 것.
송 과장은 "명색이 선비.유림의 고장인 성주에 한학의 명맥이 끊기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고전학습회'를 결성했다"며 "우리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것"이라고 했다. 강씨의 제자들은 이미 소학과 사서를 마쳤으며 오는 2005년까지 시경 3권을 독파하고 2006년부터는 주역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17일 밤 성주군청 소회의실. 강씨가 시경 원문을 한번 읽고 참석자들이 두번씩 따라하면서 강씨의 해석과 설명이 이어졌다. 강씨는 제갈공명이 자식에게 훈계의 글을 남긴 '年與時馳(연여시치) 意與歲去(의여세거)', 즉 '나이와 시간은 같이 달리고, 품은 뜻은 세월과 함께 간다'는 소학에 포함된 경구를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강씨는 "1명이라도 배울 사람이 있다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강의를 계속해 고향에 한학을 전수하고 싶다"고 했다. 고전학습회 총무인 성주문화예술회관 박재범 담당은 "교통비 수준의 박봉 강사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성을 다하는 선생님에게 늘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성주.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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