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인 빅리거 명암 교차한 2004시즌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사실상 가려진 가운데 2004시즌을 마감한 한국인 빅리거들의 활약상은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됐다.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와 김병현(25.보스턴 레드삭스), 서재응(26.뉴욕 메츠), 봉중근(24.신시내티 레즈) 등 투수 4인방과 유일한 빅리거 타자 최희섭(25.LA 다저스)은 약속이나 한 듯 부상과 부진 속에 우울한 한 해를 보냈다.

반면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김선우(27.몬트리올 엑스포스)와 백차승(24.시애틀 매리너스)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얻어 내년 시즌 선발 주축 한 자리를 예약하는 등 무명 설움을 털어냈다.

▲구겨진 자존심 회복 못한 박찬호

지난 해의 아픔을 딛고 재기를 노렸으나 부상 악몽을 떨쳐 내지 못했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가운데 박찬호의 성적표는 3승7패(방어율 5.89)로 1승3패(방어율 7.58)의 참담함을 경험했던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월21일 허리 부상 재발로 기나긴 재활을 거쳐 빅리그에 복귀한 뒤 후반기 막판 최고구속 155㎞를 뿌리며 재기를 알렸지만 거둔 성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여기에 더해 포스트시즌 탈락 책임을 돌리며 '방출'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댈러스모닝뉴스 등 지역언론의 연일 계속되는 '때리기'에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이고 허리 부상 우려를 씻어냈으나 내년 시즌 선발진의 어떤 자리를 맡을 지 미지수다.

▲가라앉은 한국형 잠수함 김병현

올 해 보스턴 선발투수로 새롭게 출발했지만 부상과 지루한 재활 투구, 마이너리그 추락을 경험하며 기억하고 싶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승수는 지난 5월16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에 선발등판해 거둔 1승이 전부이고 1패와 함께 방어율 7.71의 부진에 몸서리를 쳤다.

소속 팀이 7년 연속 지구 2위를 확정하며 와일드카드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 나갔으나 '가을잔치'에 출전하기 어려운 상황.

다만 지난 달 중순 이후 4개월 만에 빅리그에 복귀해 최근 2차례 구원투수로 등판, 남은 경기와 내년 스프링캠프 때 믿음을 심어준다면 선발투수 재진입 희망은 남아 있다.

▲미래 불투명한 서재응

지난해 송곳 제구력을 앞세워 9승12패(방어율 3.82)의 눈부신 활약으로 선발 주축 한 자리를 꿰찼던 서재응은 코칭스태프와 갈등까지 겹쳐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올 시즌 성적은 5승10패에 방어율 4.90.

허약한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한 데다 릭 피터슨 투수코치와의 불화를 겪어 선발투수를 맡을 수 있는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 선발진이 톰 글래빈, 알 라이터, 크리스 벤슨, 스티브 트랙슬, 카를로스 잠바로노 등으로 짜여질 전망이어서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또 아트 하우 감독이 경질되고 새 단장으로 영입된 오마르 미나야가 팀 개편을 서두르고 있어 잔류와 이적 중 하나가 결정되기까지 마음고생이 불가피하다.

▲기대 못미친 봉중근

올 시즌 개막 직전인 지난 3월2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신시내티로 둥지를 옮긴 후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내년 시즌을 기약해 왔다.

지난 6월9일 애런 해랑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빅리그에 복귀, 같은 달 2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거둔 선발승으로 1승1패(방어율 4.70)에 그쳐 내년 시즌 빅리그 리턴을 벼르고 있다.

▲1루수 주전경쟁서 밀린 최희섭

약속의 땅으로 기대했던 로스앤젤레스는 최희섭에겐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이었다.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 윌 코데로 등과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출장하는 '플래툰시스템'으로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경쟁을 벌였던 최희섭은 지난 7월31일 전격 트레이드된 다저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짐 트레이시 다저스 감독은 한술 더떠 같은 좌타자인 베테랑 숀 그린을 붙박이 1루수로 기용했고 이 때문에 최희섭은 지난달 초부터 24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등 줄곧 벤치를 지켜야 했다.

올 시즌 성적은 123경기에서 15홈런 등 타율 0.253에 45타점을 기록, 그린(28홈런 등 타율 0.265, 86타점)에 크게 뒤져 있고 설상가상으로 백업 1루수로 최근 투입되고 있는 로빈 벤추라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팀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로 사실상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예약한 상황에서 지난 1일 연장 10회말 승리를 부르는 통쾌한 2루타를 날리며 방망이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줬음에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햇살 비친 '써니' 김선우

김선우가 올 해 받은 성적표는 4승6패에 방어율 4.58로 겉으로 보기에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속은 알차다.

지난 8월18일 샌프란시코 자이언츠전 이후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전까지 8차례 선발 등판에서 고작 1승(2패)에 그치고 44이닝 동안 22실점(14자책점)했지만 방어율 2.86의 짠물 투구를 자랑했다.

수비 실책 탓에 실점이 많았을 뿐 안정감있는 피칭을 보였고 지난달 2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선 완봉승을 아깝게 놓쳤으나 8⅔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내며 1실점으로 막는 쾌투로 승리를 따냈다.

프랭크 로빈슨 감독에게 강한 믿음을 심어준다면 내년 시즌 선발투수 한 자리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희망 던진 백차승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백차승의 내년 시즌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향한 전망은밝은 편이다.

8월29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구원승으로 빅리그 첫 승을 신고한 뒤 지난달 3일 선발진에 합류, 같은달 27일 텍사스전에서 8이닝 3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며 올 시즌 2승4패(방어율 5.52)의 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주자를 내보내고 적시타를 얻어맞는 등 위기 관리능력이 떨어지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동료인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가 한 시즌 최다안타신기록을 세운 2일 텍사스전에서 예정됐던 선발등판이 팔꿈치 부상으로 취소됐으나 내년 시즌 제5선발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음을 입증, 내년 풀타임 빅리거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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