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영수 "다승왕 이름값 했다"

삼성라이온즈가 3대1로 앞선 플레이오프 2차전 9회초 두산 공격. 2사 주자 1루에서 삼성 세 번째 투수 권오준과 두산 용병 알칸트라의 대결이 벌어졌다.

앞서 2회초 솔로홈런을 터뜨린 홍성흔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기세를 올린 권오준은 기아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3방을 터뜨리며 용병의 힘을 과시한 알칸트라에게 홈런 한방이면 동점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1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권오준"을 외쳤고 볼카운트 2-1에서 권오준은 스트라이크존에 꽉 찬 139km짜리 바깥쪽 직구를 힘차게 뿌렸다.

바깥쪽으로 휘어들어오는 것을 보고 볼로 판단한 알칸트라는 주심이 "아웃"을 외치자 망연자실했다.

권오준은 오른손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관중들은 전광판 위로 쏟아오르는 불꽃과 함께 "최강 삼성"을 외치며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삼성이 플레이오프 1차전을 설욕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1999년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당한 8연패의 사슬을 끊는 귀중한 승리이기도 했다.

삼성은 이날 배영수를 선발로 내세우며 승리를 예고했다.

올 페넌트레이스에서 17승2패로 다승왕에 오른 삼성 배영수와 4패1홀더만을 기록한 두산 좌완 신인 전병두의 대결은 이름값의 무게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1차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과 2차전 승리에 대한 중압감으로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 배영수는 에이스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배영수는 최고 150km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7과⅔이닝 동안 28타자를 맞아 3안타, 1실점만을 허용했다.

또 삼진은 3개밖에 뽑아내지 못했지만 땅볼과 뜬공 등으로 맞춰잡는 노련한 투구내용을 보였다.

이날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가 10˚C 아래로 떨어지는 다소 쌀쌀한 날씨때문에 경기 초반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었지만 배영수는 이닝을 거듭하면서 강속구를 앞세워 정면 승부를 벌였다.

배영수는 경기 뒤 "2실점 이하로 막겠다는 각오로 던졌다"며 "오늘 지면 힘들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1대0으로 뒤지던 삼성은 2회말 1사 주자 1, 3루에서 김종훈의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동점을 만든 후 3회말 2사 주자 1루에서 용병 로페즈의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 3대1로 승리했다.

1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플레이오프 3차전을 갖는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플레이오프 2차전(14일)

두 산 010 000 000 - 1

삼 성 012 000 00X - 3

△승리투수=배영수(1승) △세이브투수=권오준(1S)

△패전투수=전병두(1패)

△홈런=홍성흔 1호(2회, 두산), 로페즈 1호(3회·2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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