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악법도 法'(?)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를 꼽으라면 '소크라테스'라는 사람들이 많을 게다. '무지의 지' '악법도 법'이라는 등의 명언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인간적으로 너무나 불행했다. 악처 크산티페에게 모진 홀대를 당하다 소피스트들에게 모함 당해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다. 우리는 '소크라테스는 선(善), 소피스트는 악(惡)'이라는 대립적 개념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아테네 시민들은 왜 그를 죽이고, 소피스트들을 따르는 어리석음을 저질렀을까 하는 의문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

○...당시 전제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체제를 바꾼 아테네 시민들은 참여민주주의의 주체로 나섰다. 그런데 현란한 화술로 대중을 설득하던 소피스트들에겐 '참이냐, 거짓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설득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얼마나 궤변으로 자신의 주장을 포장하느냐가 관심사였다. 지금 우리 사회가 혹시 그리스 도시국가를 닮은 건 아닐는지….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각 결정,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 등으로 주목돼 온 헌법재판소가 초중고 사회 교과서의 헌법 재판 관련 오류와 미비점을 찾아내 교육부에 수정을 요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년 가까이 15종 30권을 검토한 결과 헌법과 기본권 등에 대한 설명 중 잘못된 부분이 많고, 헌법 재판 기능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악법도 법'이라며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준법정신 강조 사례로 든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과거 독재 정권에 악용돼 왔다고 밝히고 있다. 헌재는 탄핵 심판 등 헌재의 기능에 대해 전혀 언급이 안 돼 있어 '헌법 보장의 최후 보루'로 적절히 소개 돼야 하며, 헌재는 가정법원 같은 특수재판소로 돼 있으나 '대법원과는 별도 기구'라고 고쳐야 한다는 등의 오류를 지적, 수정을 요청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말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뜨고 있는 것 같다. 안방을 파고드는 TV비평이나 심층토론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소피스트를 연상케 하고 있다면 잘못 본 걸까. 아무튼 번지르르한 말과 논리로 포장된 궤변은 경계돼야 한다. 지식은 양날의 칼과 같아 강도가 들면 흉기가 돼버린다. '악법도 법'이 아니라 악법은 뜯어고쳐야 하지 않을까. 사회 교과서의 오류는 마땅히 수정돼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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