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운 남성이 다시 뜬다.'
지난 16∼2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05'2006년 가을'겨울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들로 언론의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번 컬렉션의 화두는 단연 남자의 이미지 변신이었다. 한동안 유행한 '여자 같은 남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디자이너마다 앞다퉈 '남자다운 남성', 전형적인 남성형을 제시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6월에 열린 밀라노, 파리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까지만 해도 "이젠 남자도 치마에 화장하고 다닐 날도 멀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여성화된 남성의 이미지가 판치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과감한 색상에 몸에 딱 달라붙는 의상들, 무대 위 댄서를 연상시키는 배꼽티, 네온 색과 같은 오색 찬란한 가방과 액세서리 등 남자에게는 어색하다 싶을 정도의 여성화된 스타일들이 수없이 보여졌었다.
하지만 이번 밀라노 컬렉션에서 주된 분위기는 '진정한 남자'를 상징하는 의상들을 다시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적인 멋쟁이 스타일로 한창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커스튬 내셔널' 쇼에서는 커피 색, 짙은 베이지, 카키색 등 다양한 브라운 색 계통에 원숭이 털 장식 코트를 선보여 과거 젊은 러시아 군인을 떠올리게 했다. '프라다'도 딱 붙는 어깨와 소매, 바지 등으로 이름난 본래의 스타일과는 반대로 약간은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넓은 어깨의 울 코트에 러시안 스타일의 니트 모자를 내세워 '남성'의 이미지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의 '돌체 앤 가바나'는 근육질의 육감적인 모델들을 대거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권투, 수영, 달리기 등 운동과 연관지은 청바지 위주의 의상들을 첫번째 무대로, 다음으로는 핀 스트라이프(얇은 선이 들어간) 수트를 제시해 헬스장에 자주 드나들며 몸 가꾸기에 열심인 현대 사무직 남성의 생활을 그려내는 듯 했다.
'아이스벅'의 쇼는 영국의 유명 스타일 잡지 '데이즈 앤 컨퓨즈(Dazed & Confused)'의 패션 에디터인 니콜라 포르미케티의 스타일링으로 한층 더 관심을 모았다. 건축 현장의 일군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일명 '마코 카반 재킷(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듯한 재킷)', 빛 바랜 느낌의 짧은 가죽 재킷으로 섹시한 바이커를 연상시키는 의상 등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에서 최고의 인기를 모은 '알렉산더 맥퀸'은 영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깡패의 모습처럼 모자 달린 회색 코트에 헐렁한 바지, 어둠을 상징하는 검은 가죽 재킷과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부츠 등 조금은 거친 듯한 남성의 이미지를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 큰 인기를 모은 프랑스 영화 '증오'와 '여왕 마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편안함을 주제로 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캘빈 클라인'의 남성복 디자이너 이탈로 주첼리는 두 번 접은 프렌치 커프(소매) 셔츠, 새틴으로 허리 부분을 접어 장식한 바지, 검은색 턱시도 느낌이 나는 울 소재의 라펠 재킷 등을 선보여 광택 나는 소재의 사용과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차려입은 듯 하면서도 활동성을 가미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구찌'의 새 디자이너 존 레이는 검정, 회색, 흰색을 사용하고 벨벳 재킷과 코듀로이, 트위드 수트 등을 내세워 구찌 특유의 이브닝웨어 스타일을 고수했다.
컬렉션 기간 동안 또 다른 관심거리는 디자이너들의 애프터 쇼 파티였다. 돌체 앤 가바나, 캘빈 클라인 등 여러 디자이너는 쇼가 끝난 뒤 세계의 언론 관계자들을 초청해 칵테일과 저녁 식사를 마련하고 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반년 마다 열리는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에 흥미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파티에서 만난 뉴욕 타임즈의 에디터 조쉬 패트너는 "참으로 오랜만에 전형적인 남성형을 다시 보게 됐다"라며 지난 몇 시즌 동안 여자인지 남자인지 별 구분이 없었던 유럽 남성복 패션이 혼돈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이번 컬렉션을 평가했다.
밀라노=정미화(패션 저널리스트) mihwachoung@yahoo.co.uk
♣이런 액세서리에 주목
◇길게 늘어뜨린 머플러와 코사지 핀=버버리, D&G 등은 스트라이프나 색깔 있는 체크 무늬로 땅에 닿을 만큼 긴 머플러를 코트나 따뜻한 느낌의 니트 티 위에 두르는 스타일을 제시했다. 딱딱한 느낌으로 몸에 붙는 코트나 재킷에는 자극적인 색깔을 가미한 코사지로 포인트를 줬다.
◇얇은 허리띠=미우미우 컬렉션에서 자주 등장한 얇은 허리띠는 가을'겨울에 크게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수트나 긴 코트에 얇은 가죽 허리띠를 매 센스 있는 스타일을 연출한다. 캘빈 클라인의 반짝이는 크리스털로 장식된 얇은 벨트 또한 사랑받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군인용 모자와 밀리터리 프린트=비블로스(Byblos)는 앞 부분을 메탈로 장식한 군인용 모자를, 안토니오 마라스는 국방색에 군복용 무늬가 들어간 바지, 재킷 등을 내놓아 몇 해전 크게 유행했던 '밀리터리 룩'의 재등장을 예측했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 가죽 부츠=조금은 거친 듯하면서도 활동적인 이미지를 내는 거의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 색 가죽 부츠도 여러 디자이너가 유행 아이템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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