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인(因'직접)과 연(緣'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좋은 인연으로 행복할 수 있고, 악연으로 불행할 수 있다. 그러나 행과 불행은 각 생명체가 스스로 결정한다.
내가 5년 전 나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정말 큰 행복이었다. 신갈나무의 삶을 그린 차윤정의 '신갈나무 투쟁기'는 나에게 나무와 인연을 맺게 해준 책이었다. 나는 가장 먹고 살기 어려울 때 이 책을 만났다. 한 곳에 미칠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나는 나무에 미친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무척 행복하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것은 단순히 나무에 미쳤기 때문이 아니다. 나무에 미치는 일은 음악에 미치는 것과 다르다.
대학 학부시절 고전음악에 미쳤지만 생명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서 나무에 미친다는 것은 생명에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에 미친다는 것은, 살아 있는 한 존재에 미치는 일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하다.
한 그루의 나무를 생명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곧 세계관을 바꾸는 일이다. 내가 바꾼 세계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가치는 동등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이기적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나는 인간이 나무를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이유가 나무의 철저한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울러 요즘 한국의 학부모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창의력도 세계관을 바꿀 때 가능하다.
나는 나무를 알고부터 늘 행복하다. 그러나 이제 나무만 바라보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나무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행복을 찾는 것도 좋지만 나무가 사라지면 나의 행복도 나무와 동시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나무에 기대지 않고도 행복할 만큼 성숙하였다. 행복의 근원은 나무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나와 나무는 영원히 한몸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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