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미관 해치는 옥외광고물 홍수-(2)법 따르면 손해?

동구의 한 아파트 상가. 40여개의 옥외광고물이 건물을 뒤덮어 건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가로형 및 세로형, 돌출, 창문, 현수막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간판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마치 건물 전체가 광고모형탑을 방불케했다.

이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변 업소보다 '더 크게', '더 자극적이고', '더 강렬하게', '더 많이' 설치했기 때문. 건물이나 주변 간판 등 환경과 어울리게 간판을 설치하는 경우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한 업소 관계자는 "간판을 좀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종류대로 광고물을 설치하다보니 건물이 지저분해지고 무질서하게 되는 것 같다"며 "법을 지키자니 너무 어렵고 또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 구청의 경우 지난 2003년 말 현재 1인 이상 사업장이 2만2천여개였지만 신고·허가 광고물은 5천700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업소마다 4개 이상 광고물이 설치돼 있는 곳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불법 광고물이 수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 보니 건축법보다 더 강력한 옥외광고물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있으나마나 한 형편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문을 열고 있는 업소라면 대부분 불법 광고물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처럼 불법 광고물이 판을 치는 이유는 광고업체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누구나 신고만 하면 광고업을 할 수 있다 보니 영세 광고업체가 난립하고,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불법 광고물 설치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대구시 옥외광고협회에 따르면 협회 등록 업체는 350개, 대구시에 신고된 업체는 970개 정도지만 실제로는 1천5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실성이 없고 까다로운 규정도 불법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건물 4층 이상의 경우 층마다 가로형 간판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업소 홍보에 어려움을 주는 반면 추락 위험이 더 큰 돌출간판은 4층 이상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대구시옥외광고협회 안용수 사무국장은 "오는 6월부터 광고업이 등록제로 바뀌기 때문에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행정기관의 강력한 단속과 함께 광고주 및 업체들을 대상으로 계도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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