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一然) 스님 탄생 800주년이 되는 내년 6월 군위 인각사에 재현된 보각국사비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려 말 이후 임진왜란 등 나라의 크고 작은 난리와 수많은 탁본 등을 거치면서 크게 훼손된 경북 군위 인각사의 보각국사비(普覺國師碑)의 뒷면 음기(陰記)가 재야 금석문학자와 불교계, 학계 등으로 구성된 보각국사비 재현사업자문위원회의 노력으로 90% 이상 복원돼 재현을 앞두고 있다.
인각사(주지 석상인)는 25일 "일연 스님의 일생을 비에 새긴 보각국사비를 내년 6월 재현해 제막식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인 스님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의 기초연구에 이어 지난 해 9월부터 군위군의 용역을 의뢰받아 비문복원 연구를 수행해 온 한국불교연구원이 비 앞면 양기(陽記) 35행 2천295자와 음기 35행 1천670자 등 재현될 비에 담길 총 3천965자에 달하는 문안을 최근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과 군위군은 내년 보각국사 일연 스님 탄생 800주년을 맞아 '인각사 보각국사비 재현사업'을 추진해왔다.
인각사는 일연 스님이 만년에 머물며 '삼국유사'를 편찬했던 곳이자 입적했던 사찰로 사리탑과 함께 그의 일대기를 기록한 비가 제자인 청분 등에 의해 1295년(고려 충열왕 21년)에 세워졌다. 당시 문장가인 민지(閔漬)가 왕명을 받들어 지은 양기는 물론 일연의 제자가 비의 건립 내력과 문도들의 이름을 기록한 음기 모두 왕희지(王羲之)의 글씨를 집자(集字)해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비가 왕희지 집자비 중에서도 수작으로 중국에까지 알려지고 수많은 탁본이 제작되면서 비가 훼손돼 현재 극히 일부의 비편만 남아 있으며, 227자와 음기 142자 등 원 비문의 10% 정도만 판독 가능한 실정. 비록 비는 대부분 파손됐지만, 탁본이 20여 종 전해지고 있어 비문의 복원작업은 다각도로 진행돼 왔다.
이중 양기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전체 내용이 수록된 것이 전하고 있어 어려움이 없었으나, 음기는 국내에서 자료를 구할 수 없어 애로를 겪었다.
지난 1979년부터 음기 탁본을 연구해온 부산대 채상식(53) 교수가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도서관에서 청대 고증학자 유연정(劉燕庭)이 편찬한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의 증고본에서 양기 3편과 음기 8편 등 총 11편의 비문내용이 모양과 함께 실려 있는 것을 발견, 제공함으로써 복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채 교수가 확인한 자료에는 음기의 배열과 문도 164명의 명단이 담겨 있다.
채 교수는 "해동금석원의 증고본이 아니었으면, 보각국사비 음기의 배열과 글자 판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각국사비 복원 재현을 위해 군위군이 예산 3억 원을 지원했으며 재야금석문학자 박영돈(69)씨와 음기 복원안을 제시한 숙명여대 정병삼(51) 교수, 부산대 채상식 교수, 이지관 전 동국대 총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군위·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사진 : 내년 6월 일연 스님 탄생 800주년을 맞아 보각국사비가 군위 인각사 경내에 재현돼 제막될 예정이다. 인각사 상인 주지 스님이 보각국사비 양기의 탁본 복원본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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