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Ricardo Legorreta·75)씨가 (주)한국건축, 지산장학회 초청으로 지난 29일 대구를 방문했다. 75세의 고령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대구 봉무동 패션어패럴밸리 주거단지 설계에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건축가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대표적 건축가가 설계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1927년 독일 주택박람회 이후 두 번째로 세계 건축계가 주목하고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제 설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중심적 척도(human scale)입니다. 빛, 신비스러움 등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활용하죠. 이번 봉무동 주거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레고레타의 이러한 건축철학은 멕시코 전통 문화에서 비롯됐다. 그의 명성은 가장 멕시코적인 요소를 가장 세계적인 건축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멕시코 문화 정신을 담은 그의 건축물은 세계 곳곳에서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30일 전통 건축양식을 재현한 계명대 한학촌을 둘러본 후 그는 "기술력과 건축물의 비례가 거의 완벽하다"면서 "한국의 전통 건축도 충분히 세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축의 '철학'과 '영감'을 찾아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에 한옥을 짓는 것이 세계화가 아닙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전통에 숨어있는 철학을 건축양식에 도입할 때 세계적인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는 거죠."
그는 한국에서 세계적인 건축가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조기 은퇴를 꼽았다. 일흔을 훨씬 넘기고도 40대의 아들과 파트너로 함께 일하는 그에게 한국처럼 50대 은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 "60대가 돼야 진정한 작품을 할 수 있는 예술가에게 은퇴라는 것은 죽음과 마찬가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대구를 둘러보니 도로가 넓고 나무가 많은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라 느꼈어요. 하지만 간판만 즐비한 똑같은 건물이 아니라 철학과 혼이 담긴 건물이 더 많아진다면 도시의 얼굴이 더 밝게 바뀌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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