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외교 숙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키로 해 유엔을 주무대로 하는 한·일간 외교전이 사실상 점화됐다.
정부는 일본이 오는 6월께 신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국가명은 명시하지 않은 채 증설되는 상임이사국 숫자(6)와 지역별 의석 배분만 규정한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저지외교에 나서기로 했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1차 결의안 통과 수개월 후 유엔총회 비밀투표를 통해 신규 상임이사국들을 선정하고, 이어 유엔헌장 개정 결의안을 총회에서 채택한다는 단계적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고 이를 초반에 무산시키기 위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
김삼훈(金三勳) 주 유엔대표부 대사는 31일(현지시간) 뉴욕 주재 특파원들에게 유엔 개혁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면서 "안보리는 대표성, 책임성, 민주성이 있어야 하며, 따라서 비상임이사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어 "이에 따라 우리는 상임이사국 증설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상임이사국 증설에 반대하는 것이지, 특정 국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독도 및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갈등관계에 놓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엔 개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반하기 때문에 상임이사국 증설에 반대한다는 논리다.
그는 그러나 "주변국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역사도 반성하지 않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지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본은 상임이사국 진출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해 최근의 한·일 관계도 배경에 깔려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김 대사는 '배경 설명을 하는 것일 뿐', '특정 국가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상임이사국 증설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지만 베테랑 외교관인 그가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을 했다는 것은 매우 강한 메시지라는 게 중론이다.
유엔대표부는 일본이 오는 6월 1차 결의안을 통과시켜 '상임이사국 확대가 대세'라는 점을 인식시킨뒤 단계적으로 상임이사국 진출의 관철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브라질, 인도 등 이른바 'G-4' 모임이 이날 맨해튼 밀레니엄 호텔에서 각국 관계자들을 초청,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모임을 가진 것도 이를 위한 세몰이에 해당한다는 것.
정부는 이에 맞서 오는 11일 상임이사국 확대에 반대하는 모임인 '뜻을 같이하는 모임(Like-Minded Group)'을 갖고 일본의 결의안은 "유엔이 가야할 길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제시한 두 개의 안보리 개편안 가운데 일본 등이 주장하는 A안을 논의하기보다는 B안을 토대로 협의를 하자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안은 거부권 없는 상임 의석 6개와 2년 단임의 비상임 의석 3개를 신설하는 것이며, B안은 상임 의석 대신 연임이 가능한 준상임 의석 8개 및 비상임 의석 1개의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아직 안보리 개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나라 30∼40개 국을 상대로 주재국 대사관을 중심으로 상임이사국 증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김 대사를 비롯한 유엔대표부 간부들도 30∼40개 국 유엔주재 대사 및 카운터파트들을 상대로 유엔개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 오는 11일 모임엔 60∼70개 국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사는 "안보리 개편은 아난 총장이 제시한 안 가운데 B안을 토대로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협상을 통해 해결이 안 되면 저지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목표"라고 강조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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