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인 폭발사고…고통으로 지낸 10년

상인동 가스폭발 '유족들의 10년'

10년 전 어처구니없이 자녀, 남편, 부모 등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101명의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유족들. 이들은 아직도 고통의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아픔이 더욱 짓눌러 가급적이면 외부와의 접촉도 피한다.

유가족 중에는 늦둥이를 보며 새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이들도 있다. 당시 중·고교생이었던 자녀를 잃은 51가족 중 11쌍의 부부가 40, 5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2세 11명을 낳아 키우고 있다. 이들 11명은 모두 1996∼1998년생으로 초등학교 2∼4학년에 재학중이며 매월 유족들의 모임 때마다 만나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쌍둥이를 모두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부모 역시 아들을 낳아 기르며 아픔을 털어내려 애쓰고 있다. '잘 다녀오라'며 안아줬던 남편(공무원)의 출근모습이 평생의 마지막 기억이 돼버린 한 유족의 남매도 꿋꿋하게 성장했다. 최근 오빠는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동생 역시 고위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어머니의 슬픔을 덜어줬다.

하지만 이들에겐 희망의 빛보다 짙게 드러워진 그늘이 무섭다. 유족들 중 개인사업에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고 공장을 경영하다 문을 닫거나 여러 차례 업종을 바꿔가며 창업했다가 실패한 뒤 택시기사, 일용직 등에 종사하는 유족들이 더 많다.

101가족 중 20여 가족은 부산, 광주 등 타지로 떠났으며 상인동 일대에 그대로 살고 있는 집은 23 가족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자녀와 함께 나누었던 추억과 잘 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교차할 때. 한 유족은 몽유병처럼 한밤중에 자다 숨진 가족을 찾기 위해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뒤지기도 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어버린 한 아버지는 대중목욕탕에 가지를 않는다. 다정하게 등을 밀어주는 부자의 모습을 볼 때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시려와 도저히 참을 수 없기 때문.

4년 전 한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을 견디다 못해 술을 마신 뒤 기찻길에 뛰어들어 숨졌다. 이들 외에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유족들도 수십 명이다.

4·28 유족회 허원영(57) 부회장은 "상인동 가스폭발 유족회가 겪고 있는 아픔과 상처는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족들끼리 서로 보살피며 잘 치유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절망보다 희망을 보며 살겠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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