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산으로…, 밖으로 떠나는 계절이 왔다.
그런데 어떡하나? 도심이 휑하니 비어버렸으니.
여름, 비수기를 맞은 외식업체들은 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도 없는 일.
이번주 창업면은 여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창업가 사람들을 만났다.
반짝특수에 그치지 않고 '롱런'에 성공한 이들은 사계절의 수익구조를 비슷하게 맞춰내는 것이 살아남는 법이라고 했다.
◆여름에 더 벌어요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케이크전문점 (주)마듀의 이효희(38) 대표. 전국 42곳에 이르는 마듀의 직영점 및 가맹점에서는 여름철 매출이 다른 계절보다 20∼30%가량 더 많다.
베이커리 전문점은 여름이 비수기다.
뜨끈뜨끈한 여름, 빵은 눅진눅진해지기 쉽다.
때문에 베이커리는 여름에 약세를 면치 못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름 비수기를 극복한 것은 물론, 여름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했다.
여름 메뉴 덕분이다.
이 대표는 창업 초창기인 12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과일 빙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대표 선수'는 딸기 빙수.
"대구 침산동에서 40여 평 규모의 빵집을 처음 열었을 때부터 여름 비수기 극복 대책을 생각했어요. 물론, 빵은 자신있었어요. 하지만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딸기를 2, 3개월 간 저장·숙성시킨 뒤 빙수 재료로 넣었다.
저장·숙성 과정에서 단맛을 더 키우는 것이다.
빙수 등 아이스음료를 제작하는 데 이 대표는 원칙이 있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뒤범벅한 메뉴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 딸기 빙수는 딸기, 키위 빙수는 키위 등 제목에 붙어있는 맛이 그대로 배어나와야 소비자가 만족한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여름철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아이스음료가 받쳐줬다.
개발된 아이스음료는 20여 가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연구개발 인력을 채용, 새로운 맛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올 여름엔 요구르트 셰이크를 개발했다.
다른 사람들이 비수기라고 생각하는 여름, 아이스 음료가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면서 맨손으로 시작한 이 대표의 가게는 연간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전국 제패가 꿈입니다.
가게를 열었으면 계절에 따라 굴곡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053)818-9007.
◆여름이 제일 좋아
1998년 경산시 옥산동에서 '서울칡냉면' 간판을 걸고 냉면 전문점을 연 박병영(37)씨. 여름을 노린 박씨는 개업 이후 일곱번째 여름을 맞는 올해도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중심상업지구와는 거리가 있는 외진 자리에 터를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50평짜리 가게에서 여름엔 월 평균 5천만 원의 매출을 건져낸다.
가게가 비좁은 탓에 배달이 많아 한여름엔 오토바이 6대가 냉면을 부지런히 실어나른다.
비결은 역시 맛. 그는 '젊은 냉면맛'을 내려고 애썼다.
새콤달콤한 맛과 다소 달작지근한 느낌이 그의 목표였다.
"외식 수요가 많은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개업 전 서울의 전문 식당에서 육수 만드는 법부터 배웠죠. 칡냉면은 단맛이 강하다고 생각, 칡냉면을 주력으로 삼고요. 붇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배달에 안성맞춤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
그는 맛을 내기 위해서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원재료가 핵심이라고 했다.
위해요소가 전혀 없다는 내용의 ISO 인증을 받은 업체의 면발만 사용하고, 간장도 원가가 4, 5배나 더 들어가는 숙성 양조 간장만 사용해 맛을 낸다.
비싸지만 좋은 재료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한구석이라 개업 초기에는 고전을 했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니 대책이 없었다.
월 200만 원의 거금을 투자, 홍보비에 썼다.
전단을 돌린 것은 물론, 차량까지 동원해 가게 알리기에 나섰다.
"역시 홍보가 중요했어요. 일단 한 번 드신 분들은 다시 찾았어요. 개업 2년이 지나니까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더군요."
냉면집의 최대 약점은 여름 성수기를 제외한 계절이다.
때문에 많은 냉면 전문점들이 1, 2년 만에 간판을 내린다.
박씨 역시 이런 고민을 안았었다.
"겨울엔 갈비찜을 내놨어요. 서울에 가서 제가 직접 배운 메뉴죠. 이틀가량 숙성시켜 깊은 맛이 나도록 했습니다.
손이 훨씬 더 가지만 갈비찜 덕분에 겨울철에도 매출이 여름의 절반 수준 이상을 유지, 가게가 사계절 내내 뒤뚱거리지 않고 굴러갑니다.
" 053)811-9199.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사진: '서울칡냉면' 대표 박병영씨(사진 왼쪽)와 케이크전문점 (주)마듀의 이효희(38)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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