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녀를 기억하시나요?
왕조현. 중국식 발음으로는 왕쭈센. 80년대 젊은 청춘의 가슴을 뜨겁게 '뽐뿌질'한 여인이다. 오히려 섭소천으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천녀유혼'(1987년)의 처녀귀신 섭소천.
최근 출시된 DVD '천녀유혼 트릴로지 박스세트'를 보면서 감회가 새롭다. "그런 때가 있었지. 그녀로 잠 못 이루던 때가...". 이런 감정은 필자뿐 아니라 80년대 중반 '천녀유혼'을 경험한 남자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투명한 빛이 도는 눈매, 깎은 듯한 턱 선은 거의 '죽음'이었다. 170cm를 넘는 훤칠한 키에 가냘픈 몸매,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하늘거리는 모습은 뭇 남성들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켰다. 영화잡지는 매달 그녀의 브로마이드를 냈고, 남성 팬 중에 그녀의 이미지가 들어 있는 물건 한두 개 가지지 않은 이가 없었다.
정소동 감독의 '천녀유혼'은 청나라 괴담집이 원작이다. 천성이 착한 총각 영채신(장국영)과 처녀귀신 섭소천. 영채신은 섭소천이 귀신인 줄 모르고 순수하게 대하고, 그런 영채신에게 섭소천도 귀신의 신분을 잊고 연정을 느낀다.
그러나 귀신인 섭소천의 계모와 귀신을 잡는 퇴마사가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도 방해를 받게 되고, 영채신은 그녀의 사연을 듣고 환생시켜 주려고 한다.
지금은 가버린 장국영이 앳된 모습의 영채신으로 나와 왕조현과 짜릿한 사랑을 펼쳐간다. 이 영화의 압권은 '목욕탕 키스신'이다.
몰래 영채신을 만나던 섭소천. 갑자기 계모가 나타나는 바람에 영채신이 욕조에 뛰어든다. "음~ 사람의 냄새가 나는데…". 계모의 의심스런 눈초리. 섭소천은 영채신을 물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남성 관객은 숨을 멎는다. 섭소천의 치마 속, 영화지만 그 예쁜 왕조현의 다리 사이에 있을 장국영을 부러운 듯 쳐다보았다.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짙은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아~'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단 한번만이라도 저런 여인과…" 영채신이라도 된 듯 숨을 참아가며 본 장면이다.
이 장면은 '천녀유혼'의 명장면일 뿐 아니라, 홍콩영화를 통틀어 가장 멋진 장면 중 하나이다. 사실 홍콩영화 속 여인들은 좀 사나운 편이다.
남편 대신 전쟁터에 나선 며느리들의 이야기 '18인의 여걸'처럼 남성들 보다 훨씬 거칠고, 그래서 여성적 매력은 떨어졌다. 그러나 '천녀유혼'의 왕조현은 '절대 섹스어필'의 가공할 위력을 발휘했다.
동양 남성은 특히 얼굴을 많이 따지는 편. 왕조현 마스크의 매력은 신비스런 맛. 이목구비가 동양적이면서도 서양 여인처럼 시원스럽게 배치돼 있다. 특히 갸름한 턱 선은 압권이다.
또 하나는 '천녀유혼'의 이미지다.
귀신과의 사랑은 늘 판타스틱하기 마련이다. 순진한 총각에게 정을 주는 처녀귀신, 그리고 귀신이 된 딱한 사연, 그 총각이 변을 당할까 몸을 던져 막아주는 수호 여신, 그러면서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으며,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여린 여인… 이 정도면 뭇 남성들이 원하는 판타스틱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아닌가.
몇 년 전 왕조현의 최근 뚱뚱한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츄리닝'같은 허름한 옷에 삐져나오는 아랫배를 뭉개 넣은 듯한 모습. '차라리 보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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