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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을 이기는 사람들 "더워도 일할 수 있어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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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6℃를 오르내리는 대구. 질식할 것 같은 한낮의 열기에도 아랑곳없이 비지땀을 흘리는 이들. 거리에서 그들을 만나봤다.

◆재활용품 선별원

'수성구 재활용품 선별작업장'(수성구 범물동). 살갗이 타들어갈 듯 따가운 햇볕을 피하느라 직원 모두 밀짚모자를 눌러쓴 채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선별팀과 수거팀을 합해 모두 50여 명.

작업장 옆 선풍기가 흐르는 땀을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땀으로 범벅이 된 천승한(56)씨. "우리만 힘들겠어요? 더 힘겹게 사는 사람도 많은데…."

5t짜리 집게차를 운전하는 장성달(41)씨가 더위를 쫓는 방법은 모자를 물에 적셔 쓰는 것이 전부. "집게차 운전석에서 앉으면 금세 등이 축축해집니다. 하지만 내가 게으름을 피우면 다른 동료들이 더 힘들어지니 힘을 내야죠."

"땀 흘려 일해 본 사람만이 선풍기 바람의 시원함을 압니다." 일자리가 있음을 고마워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관리이사 이종영(38)씨는 "3D업종인데도 직원을 뽑을 때 경쟁률이 5대 1을 넘었다"며 "올 여름에는 폭염에다 쓰레기 배출량도 훨씬 많아져 힘들다"고 했다.

◆환경미화원

환경미화원 이종한(55·수성구청)씨의 여름나기는 '고생 반, 보람 반'이다. 12년 경력인데도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한 뙤약볕 아래서 거리 청소는 녹록지 않다. 새벽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씨가 근무하는 범물동 수성동아백화점~용지네거리 일대 골목길과 대로변 인도는 거대한 한증막이다.

"쓸고 담는 식의 같은 일을 매일 반복하니까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죠. 아직도 학교 주변이나 인도에는 과자 봉지나 광고지를 그대로 버리는 이들이 많아요."

나무 아래 그늘에서 땀을 훔친다.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사라지는 차들을 보면 못내 야속하다. '조금만 차 관리에 신경쓰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조금 편할 텐데.'

그래도 평소 얼굴을 알고 지내는 노점상은 시원한 미숫가루를 건네고, 가게 주인은 10분만이라도 쉬라며 에어컨 아래에 의자를 내준다. 이씨는 "가끔씩 눈을 마주치는 시민들이 건네는 '수고하십니다'는 말이 내겐 막 냉장고에서 꺼낸 음료수나 같다"고 말했다.

◆주차요원

양건혁(24)씨는 군 제대 후 복학을 미룬 채 대백프라자 뒤편 야외주차장에서 주차안내요원으로 한달 남짓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에어컨을 켠 차량들이 옆을 지나칠 때면 온풍기 옆에 서 있는 것처럼 괴롭죠. 자동차 매연 역시 주차요원들을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회사 측의 배려로 한 시간 일하면 휴게실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며 한 시간 쉴 수 있으니 견딜 만해요."

고객들의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가 주차요원들에게는 더위를 이기는 힘이라고 했다. 양씨는 인터넷을 뒤져 일자리를 얻었고 월급은 80만 원. 그는 이 일을 계속하며 학비를 모을 예정이다.

최병고·채정민기자

사진: 타들어가는 폭염 속에서 재활용품 선별작업장 직원들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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