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벤치마킹 自社 계획 적극적 실천

다이렉트마케팅 현지인 입맛에 맞춰라

대구테크노파크가 지역 기업 지원방안으로 '글로벌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외 유명 기업을 직접 배우는 벤치마킹, 해외 시장을 직접 뚫기 위한 다이렉트 마케팅이 그것이다.

벤치마킹으로 대구테크노파크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TPS(Toyota Production System)를 현장에서 배우는 연수를 실시했다. 다이렉트 마케팅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얼바인 캠퍼스(U.C.Irvine)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미국인 컨설턴트를 대구에 불러 미국 기업들과 연결시켜주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상훈기자 azzza@imaeil.com

◆ 해외 배우기 - TPS를 벤치마킹하라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TPS 연수를 '강권'하겠습니다. 모랄(morale·사기) 훈련에서부터 도요타자동차 공장 견학까지 배울 게 너무 많거든요."

"연수 중 실습과정에서 제작공정 단축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귀국하는 대로 생산 책임자와 의논해 직접 적용할 생각입니다."

지난달 중순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생산성연구소(MIC·Management Innovation Center). 대구 스타기업 소속 업체 임직원들이 TPS 연수에 한창이었다. 스타기업이란 소수 우량기업을 집중 지원해 세계적인 스타기업으로 키우자는 '스타기업 프로젝트'에 따라 지난 봄 선정된 5개 지역기업. 이번 TPS 연수에는 3개 업체 임직원 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아침 6시 체조로 시작해서 밤 9시 강의로 끝나는 빡빡하기 그지 없는 6일 연수 기간 내내 "놀랍다"는 감탄과 "재미있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TPS 기초이론, 표준작업표 작성을 비롯한 실습, 조별 업무개선안 작성 및 발표…. 강의실 강의라고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도요타자동차 협력사인 기후차체공업(주)에서 정년 퇴직한 강사들은 한평생 TPS를 추구해온 도요타맨답게 조금의 낭비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작업동작 모습은 '춤사위'

MIC는 기후차체 퇴직 직원들이 세운 유한회사. 간판방식·후공정인수로 대표되는 JIT, 다기능공·생인화(省人化)를 노리는 자동화(自·사람 동人변에動·化) 등 TPS의 정통 이론과 실습을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연수생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곳은 역시 현장. 도요타자동차 내에서 주로 고급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토마치 공장, 1차 벤더인 기후차체, 2차 벤더인 스자끼공업사를 둘러보면서 하나같이 '미친 듯이' 일하는 근로자들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토마치 공장. 근로자들은 10m 라인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1에서 9까지 숫자가 씌어진 작업 라인. 라인을 따라 흘러가는 차를 따라가며 맡은 작업을 해낸다. 기후차체에서는 근로자들이 기계와 함께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움직였다. 작업 동선이 워낙 다듬어져 마치 화려한 스탭에 현란한 팔동작의 춤사위를 보는 듯했다. 스자끼공업사에선 회장이 지게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근무강도를 소화해내는지 불가사의할 지경입니다." 지금 목격한 현장이 50년 동안 진행돼 온 개선작업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에 연수생들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처럼 TPS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일본 교육회사인 MIC와 산업교육센터(PEC·Productivity Education Center)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선 한국산업교육센터(KPEC)를 비롯해 생산성본부 등이 있다.

◇노사관계 등에서도 배울 점

하지만 TPS가 강의와 공장 견학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자동차에서 사용 금지 단어가 "알겠습니다"이며 대신 "실천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듯이 연수에서도 연수생들이 자기 회사에 맞는 계획을 세운 뒤 이를 실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수동적인 교육보다 적극적인 자율 실천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이번 연수를 주관한 대구테크노파크는 참가자들 호응이 뜨거움에 따라 다음 연수를 모색 중이다. 특히 연수를 받은 이들이 "소속 회사 대표를 꼭 모셔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5개 스타기업 대표들의 TPS 연수도 생각하고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양현주 선임연구원은 "TPS가 자동차회사라는 제조업에서 탄생해 완성되긴 했지만 기업의 목표나 원가에 대한 개념, 노사관계나 경영철학 등 모든 면에서 IT기업은 물론 어떤 기업이라도 벤치마킹할 사항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 해외 직개척 - UCI와 다이렉트 마케팅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사람 입맛에 맞게 상품이나 서비스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엔 미리 준비해서 차분히 진행하는 게 중요해요. 한국식의 '빨리빨리' 문화가 프리젠테이션에서는 수상쩍게 비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얼바인 캠퍼스 한국교육센터 안나 옴스 교수, 5월 24일~6월 17일 대구 스타기업 프리젠테이션 교육장에서)

"대구 스타기업들 기술력, 정말 대단합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아요. 그런데 막상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는 미흡한 것 같아요. 게다가 제대로 된 바이어를 찾지 못해서 엉뚱한 곳만 두드리고 있었네요." (U.C.Irvine 컨설턴드 마샬 토프란스키, 6월 21~25일 대구 스타기업 방문 현장에서)

◇"대구기업들 기술력은 대단"

대구테크노파크가 스타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찾아낸 파트너는 U.C.Irvine. 지난해 한국교육센터를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개리 맷킨 학장에게 대구 첨단기업을 소개하면서부터다. 맷킨 학장은 특히 스타기업들을 찾은 뒤 "미국내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 유치와 마케팅을 도와주겠다"고 적극 나섰다. 프리젠테이션 교육과 컨설팅도 이에 따른 것.

기업들은 하버드대 MBA로 컨설팅사 CEO를 거쳐 게이트웨이 컴퓨터 부사장으로 있는 토프란스키와의 컨설팅에 크게 고무됐다.

"최첨단 MP3를 할인점에 전시해 두었으니 싸구려 중국산 취급을 받을 수밖에요. 의료기기업체, 음향업체, 음악서비스업체 등과 제휴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받았습니다." (MP3 제조업체 현원 송오식 대표)

"남캘리포니아 시장 개척을 위한 바이어를 알아봐 주겠다는군요. 신제품을 개발해놓고도 믿을 수 있는 바이어와 닿지 못했거든요." (차량용 컴퓨터 제조업체 맥산 백광 대표)

◇해외시장 진출 노하우 절실

토프란스키는 스타기업 1개당 미국 파트너 회사 3개 정도를 연결해보자고 말했다. 대구테크노파크는 U.C.Irvine과의 공동 작업은 시작이라고 말했다.

"맷킨 학장은 남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벤처기술인협의회 이사입니다. 대구와 오렌지카운티는 IT산업이 발달했고 인적 자원이 풍부해 교류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구테크노파크 관계자는 그러나 우선은 지역 기업들에게 당장 필요한 시장진출 노하우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구테크노파크 신동수 원장

대구테크노파크 신동수 원장은 지역 기업의 활로는 세계시장이라고 단언한다. 중소기업이라서 글로벌 시장은 벅차다고 여기면 언젠가는 국내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고 만다는 것.

"U.C.Irvine 사람들은 시장과 마케팅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입니다. 지역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토프란스키와 함께 스타기업 컨설팅 현장을 지켜본 신 원장은 지역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원장은 현대전자 뉴저지·뉴욕지점장과 산호세 수석부사장을 지내 미국시장에는 누구보다 밝다.

U.C.Irvine 또는 오렌지카운티와의 협력이 스타기업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며, 대구지역 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기업을 상대로 한 TPS 연수에 대해 신 원장은 "대구테크노파크 역시 기업의 혁신활동 지원을 위해 스스로 혁신하면서 여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사실은 직접 TPS 연수를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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