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과거사법 보완' 언급 배경과 의미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과거사 정리의 원칙과 해법을 법적인 관점에서 밝혀 향후 논의과정이 주목된다.

특히 과거사 정리 대상으로 '국가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 범죄'를 특정했고, 최근 정국 현안으로 부각된 옛 안기부와 국정원의 불법도청 문제도 공권력 남용의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현 '도청정국'의 전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새롭게 제시한 법적 과제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범죄의 민·형사 시효의 적용 배제 법률 제정 △과거사와 관련한 확정판결에 대해 보다 융통성 있는 재심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정비 등 2가지로 볼 수 있다.

과거사법은 여·야 논란끝에 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지 불과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과거사정리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행 법에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문제는 별도의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가능한 부분과 현행법의 개정을 통해서 가능한 부분으로 나뉜다.우선 법적인 논란이 크게 제기될 수 있는 '국가권력남용 범죄'에 대한 민·형사 시효 배제 문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민·형사상 시효 배제문제는 헌법의 형벌불소급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는 문제로 특별법 추진과정에서 법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김영삼(金泳三) 정부 당시 추진됐던 5·18 특별법 제정 때 12·12 및 5·18 사건 관련자들의 공소시효를 둘러싸고 위헌논란이 있었던 점을 상기해 볼 수 있다.그러나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유린범죄'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공소시효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 논리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형법상 소급입법 금지 원칙은 국가의 부당한 형벌권 행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근대 민주주의 형법의 대원칙이지만, 헌법의 기본이념과 시민의 기본권이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되고 조직적으로 은폐·조작되는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를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법조계에는 있다.

5·18 특별법 때는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의 살인·내란죄를 처벌하기 위해 이들의 재임기간을 공소시효에서 배제, 위헌시비를 비켜갔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위헌 논란을 의식, 시효적용 배제 대상에 대해 "명백한 국가의 범죄행위 혹은 국가권력의 공격행위로 드러났거나 국가권력에 의한 사실의 명백한 조작행위로 밝혀진 경우"라며 한정해서 규정했다.

최근 불법도청 문제도 '국가권력에 의한 국민의 직접 공격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특별법 제정으로 통신비밀보호법상 도청의 공소시효인 7년 적용이 배제될 경우 'DJ 정부' 도청행위뿐 아니라 YS 정부는 물론 불법도청의 뿌리인 옛 중앙정보부까지도 거슬러 올라가 처벌 및 배상과 보상이 가능해지게 된다.

아울러 '확정판결의 재심' 부분은 현행 과거사법에도 관련 조항이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인식이다.김 대변인은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사후에 위증이 밝혀지거나 증거조작이 드러나는 경우에 한하는 것인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며 "과거사법 개정 혹은 특별법을 통해 재심사유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재심이 가능하도록 규정할 경우 대법원 판결을 최종판결로 하는 '3심제'를 규정한 현행 헌법의 심급(審級) 제도와 배치될 수 있다는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