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내일까지 떠나야 합니다.""20년 넘게 살면서 애들을 낳아 키워온 곳인데 절대 못 갑니다." 2005년 8월15일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의 하루는 곳곳에서 이 같은 실랑이로 시작됐다.
유대인 정착촌으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들은 이날 들어가는 쪽이 꽉 막혀 있었다. 정착촌 철수에 반발하는 극우주의자들이 잠입해 정착민들을 선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 군과 경찰이 진입로를 모두 봉쇄했기 때문이다.
반면 짐을 꾸려 떠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가자지구의 21개 정착촌 가운데 16개가 밀집한 구시 카티프 블록으로 연결되는 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 군과 경찰은 곳곳에 장애물을 설치해 놓고 일반인의 진입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의 극우파들이 구시 카티프로 몰래 들어간 상태여서 군과 경찰은 강제철거 개시 시점인 17일부터의 한판 싸움을 앞두고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욱이 탱크 같은 중화기가 정착촌 쪽으로 반입돼 긴장을 더했다. 철수작전에 동원된 스콧 코플란드 예비역 공보장교는 철수를 방해하려고 바깥에서 들어온 약 5천 명을 포함해 1만2천 명 가량이 가자 정착촌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비무장한 군과 경찰 요원들은 이날 아침부터 집집마다 방문해 17일부터 강제퇴거 작전에 들어간다는 경고장을 돌렸다. 일부 주민들은 경고장을 그 자리에서 찢는 등 강한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이 철수조치에 반발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강제철수가 시작되는 17일 이후의 대책을 걱정스럽게 논의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군 관계자는"오늘 중 200가구 정도가 떠날 것으로 파악됐다. 주로 밤에 움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후 들면서 구스 카티프 블록으로 들어가는 컨테이너 차량이 부쩍 늘었다. 자진퇴거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주민이 늘어간다는 신호로 보였다. 돈 할루츠 육군 참모총장은 자진퇴거 유예기간이 끝나는 16일 자정까지 절반 정도의 정착민이 스스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스 카티프 블록에서 최대 정착촌이자 가자 정착촌의 수도 역할을 해온 네베데칼림에서는 일부 강경 주민들이 마을 어귀의 문을 걸어 잠근 채 퇴거명령장 수령을 거부했다.
정착촌과 저항을 동시에 상징한다는 오렌지색 옷을 차려입은 이 마을의 유대인 청년들은 도로에서 철수조치에 항의하는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동조하는 산발적인 거리시위가 예루살렘 등지에서도 펼쳐졌다.
네베 데칼림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철수문제를 놓고 분열 조짐도 나타났다.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자는 쪽과"유대인이 유대인을 쫓아내는 것은 지금까지 역사상에 한 번도 없었다"며 끝까지 저항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구시 카티프 블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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