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혹시 우리 동네 찜질방도…."

목욕탕 폭발 참사 이후 불안심리 확산

지난 2일 발생한 수성구 목욕탕 폭발 사고 이후 시민들 사이에 '혹시 우리 동네 찜질방, 사우나도 사고가 나면 어쩌나'하는 막연한 불안심리가 돌고 있다.

때문에 기름탱크실 및 대형보일러를 가동하는 대형사우나 및 찜질방들은 '화재에 안전하다'는 안내문을 내걸고 고객 안심시키기에 신경을 쏟고 있다.

5일 오후 고층상가 및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대구 달서구 이곡동의 한 사우나시설.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는 '이 사우나는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직접 온수를 받아 수성구 목욕탕과 같은 폭발위험은 없으니 안심하고 이용하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8층 사우나 안내데스크 도우미도 목욕탕 폭발사고를 염두에 둔 듯 "안내문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했다. 7, 8, 9층에 찜질방과 사우나가 들어선 이 건물에는 치과, 태권도장, 식당, 약국, 학원, 스포츠센터 등 35개 점포가 입주해 하루 유동인구만 평균 1천500명에 이른다.

찜질방 손님 서모(37)씨는 "보일러나 기름탱크는 없다고 하지만 다른 원인으로 불이 날 수도 있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특히 이런 대형 건물의 경우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좁은 비상구로 한꺼번에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 인명피해 우려가 높다"고 했다.

지난 해 12월 문을 연 대구 서구의 9층 건물 스포츠센터. 분식점, 헬스장, 사우나, 골프연습장이 층층이 들어선 이 곳에는 엘리베이터 2개에 비상계단은 1곳이었다. 2개 층에 한 개꼴로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만 사우나, 헬스장에서 만난 회원, 손님들은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사우나실에서 만난 한 회원(33)은 "야간에 운동을 하다보면 전기가 갑자기 나갔다가 들어올 때도 있고, 몇 개월 전에는 '보일러실 사정으로 찜질방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사우나실 습기조절밸브를 아이들도 조작할 수 있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손님 최모(43)씨는 "아직 회원권 기간이 남아있어서 계속 다니기는 하지만 불안감 때문에 평소 무관심하던 비상구도 살펴보고, 사우나 중에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한편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연면적 600㎡ 이상 건물의 경우 2년에 한 번 꼴로 안전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올초 소방방재청이 대구 3천여 곳 등 전국 2만5천여 곳의 목욕탕, 찜질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무작위로 점검한 결과 73% 정도가 소방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수성구 목욕탕 폭발사고 이후 사우나·찜질방들은 손님이 줄까봐 건물입구에 위험하지 않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영업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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