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장례식장은 애물단지?

"혐오시설 절대 안돼""필요한 시민 편의시설"

대구지역에 장례식장 건립을 두고 '혐오시설은 안된다'는 인근 주민들과 '종합적인 병원 서비스'라는 병원 측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대구시내 상당수 장례식장들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아예 건립 자체를 포기하는 등 장례식장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장례식장이 '필요한 편의시설'로 수요가 늘 것이라며 시민들의 의식전환이 필요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잇따르는 마찰

대구 중구의 한 아파트 3천여 명의 주민들은 지난 9월부터 한 달 넘도록 병원 개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아파트 앞 10층 건물에 들어설 예정인 병원 때문. 이 곳에 장례식장과 영안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장례식장과 영안실을 인근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건립할 수 있느냐"며 반발했다. 주민반대에 부닥친 이 병원은 두 차례나 준공검사가 미뤄지는 등 두 달째 개원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남구 영남대의료원 장례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5월 남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장례식장을 이전 증축하기로 했으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공사진행을 막는 바람에 지난 9월 중순 이후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상태.

서구 평리동에 신축중인 모 병원은 주민반대로 아예 장례식장을 포기했다. 지난 9월부터 인근 주택주민 일부가 반발하자 최근 장례식장 건립계획을 접기로 주민들과 약속했다는 것.

△왜 이러나?

주민들이 장례식장을 혐오시설로 보는데다 관련법 규제 완화로 늘어나는 장례식장에 비해 주민들과의 갈등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장례식장이 신고업에서 자유업으로 바뀐데다 도시계획 시설로 결정되면 주택가 등 용도지역과 관계없이 아무 곳이나 설치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이 완화됐다. 이에 따라 인해 수익성 악화로 허덕이는 지역 병원들이 너도나도 장례식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구에서 현재 영업 중인 31곳의 장례식장 중 2000년 이후 들어선 것은 모두 22곳에 이른다. 대구시내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장례식장이 병원 부대시설에 포함됨에 따라 별 다른 용도변경 없이 운영할 수 있어 많은 병원이 장례식장 신축·증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시 이영락 복지정책담당은 "장례식장 설립조건이 완화되는 바람에 이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장례식장 영업에 대해 해당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등 요건을 강화할 방침"이라 밝혔다.

△해결책은?

전문가들은 향후 장례식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분쟁도 늘 것으로 보며 해결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계명대 사회복지학과 지은구 교수는 "주택 소유개념이 다른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투명하게 하고, 최근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국민인식이 많이 바뀐 것처럼 장례식장에 대한 시민의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영남대 노인학연구소장인 김한곤 교수(사회학)는 "외국의 경우 묘지와 장례식장이 공원화돼 있는 등 시민들이 쉽게 이용하도록 주민생활과 밀접하게 돼 있다"며 "장례식장은 필요한 편의시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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