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소시효, 그것이 궁금하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전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 도청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직적 불법을 자행한 김영삼 정부 때의 안기부장들은 그냥 두고 김대중 정부 때의 국정원장 2명만 구속하는 '불평등'이 나타나면서 새삼 공소시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끝난 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공소권이 소멸하는 제도. 많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미약해져 가벌성이 감소하고, 범인이 장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과 증거가 희미해져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법정 최고형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무기징역 범죄 10년, 10년 이상의 징역 범죄 7년, 5년 미만의 징역이나 1만 원 이상의 벌금은 3년, 1만 원 미만의 벌금이나 구류, 5년 미만의 자격정지는 1년 등으로 규정돼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을 받는 도청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 하지만 2002년 3월 개정 이전에는 5년이었다. 이 때문에 미림팀이란 도청 조직을 운용했던 김영삼 정부 때 안기부장들을 처벌할 수 없게 됐다.

공소시효에 임박해 피의자를 체포하게 될 경우 수사기관은 엄청 바빠진다. 기소를 해야만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 어떤 경우 공소시효 마지막날 범인이 체포되는 수도 있다. 경찰은 간단한 조서를 작성해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은 초스피드로 기소를 한다. 몇 시간내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일선 형사나 검찰에겐 피를 말리는 작업이 진행된다.

공소시효는 범죄 발생일로부터 만기가 되는 전날 자정까지의 기일로 산정한다. 검찰이나 경찰은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전산으로 공소시효를 산정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과거에는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다 보니 공소시효를 잘못 계산해 피의자를 풀어주는 사례도 있었다.

현행 공소시효 제도는 문제점이 많다며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문병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10명은 지난 8월 사형 범죄의 공소시효를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자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살인죄의 경우 15년이 지나면 범죄 증명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도입됐지만 지금은 DNA 분석 등 과학적 수사기법으로 범죄증명 능력이 나아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이원영 열린우리당 의원도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과 고문에 대해 공소시효의 적용을 배제하는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입법'을 발의해둔 상태이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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