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경북 산업 '동반 몰락'

정부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은 지방의 이동통신과 디지털가전, 디스플레이, 임베디드 기술기반의 IT(정보기술)관련 업체의 동반 몰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대구·경북지역 경제단체는 물론이고 관련 중·소업체들이 바짝 간장하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PDP산업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연구비 등을 적극 투자한 결과 세계최대 크기의 PDP-TV를 생산하는 등으로 1999년 양산 체제를 갖춘 이래 세계시장 점유율을 2001년 1%, 2002년 10%, 2003년 30% 등으로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이는 구미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적절한 설비투자로 시장요구에 잘 부응하고 있으며 풍부한 전후방 산업인프라를 갖춰 디지털TV의 급성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요구 증대, 이동통신·TV·PC 등의 디스플레이 전방산업 연계가능 등 강점을 갖춘 때문이다.

하지만 LG전자와 관련 업체들이 떠나면 전문인력 공급이 끊이는 것은 물론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미흡, 부품소재 및 장비기술 약화, LCD 및 PDP에 대한 투자 중단 등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이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을 제외하면 지역에서는 관련업체중 연간 매출액이 20억 미만인 업체가 53.3%로 종업원수가 62명 규모로 영세하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제품 개발도 끊길 위기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종합적인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책 수립과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 지역별·기술별 동종업체 및 선도기업 지원, 관련 유관기관들의 정기적인 교류활동 및 협의체 운영 등도 일시에 중단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동통신

모바일산업도 직격탄을 피하긴 어렵다. 구미의 상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이동통신 단말기 생산대수(520억 대)의 28.3%를 차지, 세계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위, LG전자가 5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모바일관련 업체는 지역에서 구미·칠곡·왜관·경산 지역에 종업원 70~300명 규모의 중소기업체 100여 개가 위치하고 있다. 2002년이후 종사인력이 1천200여명, 연구개발인력은 작년말 기준으로 67개기업, 1천260명에 달하고 있고 기업당 평균 매출은 76억2천 만 원, 작년말 기준으로 총매출액규모가 3천963억 원으로 총매출액의 25%가 기업 순이익으로 집계될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이같은 '황금알' 산업이 순식간에 붕괴될 것은 뻔한 일이다. 대기업이 떠나고 중소기업만 초라하게 남을 경우 해외시장 정보미비, 중소기업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 핵심기술 미보유에 따른 기술료 유출, 고부가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심화 등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임베디드

기존 전통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필수적인 임베디드(내장된다는 뜻) 기술도 크게 떨어지며 모든 산업분야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베디드 기술은 △기존 전통 제조·산업 분야 제품의 지능화, 고급화 △모바일·미래형자동차·홈네트워크시스템·디지털가전 등 포스트 PC산업 전 분야와 CT·NT·유통·군사·항공 등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산업의 핵심이다.

국내시장 규모만도 2007년에 소프트웨어 93억 달러, 시스템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임베드디 산업에는 지역에서 삼성과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1천여 중소기업체, 4만여 명이 가담하고 있어 지역의 미래를 보장받는 성장동력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수도권 공장 신·증설 관련 규제완화 조치가 이뤄지면 이 또한 빈껍데기로 변하게 된다.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관련산업 지원책이 끊이는 것과 함께 개별기업으로선 신산업으로 전환할 의지가 꺾이는 것은 물론 고무가가치 상품 개발의 필요성도 타격을 받으면서 지역 배출인력의 역외 유출도 심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구미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관련산업을 선도하지 않을 경우 성서·구미·칠곡·왜관·경산 지역의 종업원 20~200명 규모의 1천여 중소기업들은 순식간에 몰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을 못하면서 기술도입에 치중→자체 핵심기술 미보유→자체 상품 부재 →대외경쟁력 약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경북도 청년연합회는 23일 오후 영천시 영상회의실에서 비상총회를 소집, '대구경북의 경제 몰락을 초래할 수도권 공장 규제완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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