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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에는

성긴 나무 그림자

그윽한 풀 향기 싸아하고

창문 닫으면

달빛이 깊숙이 맞아주는 집

아침 무국 끓일 때

잎새 위에서

비비새가 꽃술 쪼는

하얀 빨래 헹구면

물소리 저절로 노래가 되는

항아리에 머루술

적당히 익어 가는 그런 집

김숙이(1948~ ) '그런 집'

지혜로운 자는 반석 위에 집을 짓고, 어리석은 사람은 모래 위에 자기의 집을 짓는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지금 어떤 집을 지어서 들어가 살고 있습니까? 반석 위의 집입니까? 아니면 모래 위의 집입니까? 집이란 생각하면 할수록 기묘한 공간입니다. 단지 우리 몸을 거두어 주는 장소만이 아니라, 그저 그곳에 들어가 쉬는 동안 아늑한 평화의 느낌을 천천히 베풀어준다는 점에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입동이 지나고 쌀쌀한 바람이 북녘 하늘에서 몰아쳐 오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 집을 지니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낡고 허름한 차림의 군상들을 봅니다. 우리는 그들을 '노숙자'라 부릅니다. 독일에서는 '지붕을 갖지 못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홈리스', 즉 집 없는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날 저물어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행복일지도 모릅니다. 돌아가 컴컴한 방안에 불을 켜서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이 시작품이 그리고 있는 집의 표상은 인간의 삶이 궁극적으로 가 닿고자 하는 가장 아름다운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경지로 짐작이 됩니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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