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습 드러낸 황교수..앞으로 전망은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7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비록 건강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지만 연구실을 떠난지 2주만에 국민에게 모습을 보여줬다. 황 교수는 1주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는 게 병원 의료진의설명인 만큼 다음주에는 연구실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당분간 연구차질은 계속될 듯

황 교수가 돌아왔지만 배아줄기세포 분야 연구는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 교수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끝으로 연구실을 떠난 뒤 칩거 생활을 해 오다수면장애와 극심한 피로,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으로 건강이 악화돼 이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오늘로써 그가 연구실을 떠난 지 2주가 되는 셈이다.

황 교수는 그동안 경기도 모처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황 교수의 칩거 생활이 길어지면서 황 교수팀의 연구는 예상보다 타격이 심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나마 동물복제 분야의 경우 이병천 교수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지만 그동안 황교수가 직접 챙겨온 배아줄기세포 분야 연구는 2주 넘게 새로운 연구를 전혀 하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황 교수가 안정을 되찾기까지 약 1주일 정도가 걸린다는점을 감안하면 연구 중단은 3주 넘게 이어질 전망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황 교수의 역할은 매일 아침 세포의 상태를 직접 보면서 줄기세포의 배양관리와 분화연구 등을 주도하는 '지휘자'였다.

이병천 교수는 "(황 교수가) 매일 아침 6시에 실험실에 나오면 가장 먼저 하는일이 세포의 상태를 보고 연구원들의 실험 방향을 결정해 주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지휘자인 황 교수님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줄기세포 연구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실험실에서 직접 줄기세포의 배양이 잘되고 있는지, 어느 시점에 줄기세포로 넘어가는지, 세포 배양용 배지를 언제 바꿔줘야 하는지 등을 매일 연구원들과 상의해 결정해 왔다는 게 이 교수 등의 설명이다. 특히 황 교수는 외국 출장 중에도 매일 아침 연구원들과 직접 전화통화 등을 나누며 그날의 연구방향을 제시해왔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는 세계 각국의 연구팀들이 1개월에 수십 편의 논문을쏟아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연구팀에 뒤처질 수 있다.

◇ 입원치료 후 황 교수 거취

입원치료를 받은 후 황 교수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 당시 약속처럼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원들도 황 교수가 외부 직위를 다 버리고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면서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가 섀튼 교수와의 결별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줄기세포허브'를 정상화 하는 데는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허브는 초기 설립 기획단계부터 황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데다 외국의 협력기관들이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매료돼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그의 대외적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황 교수가 업무에 복귀하면 소장직 사퇴의사를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황 교수의 대응이 주목된다.

물론 황 교수가 2선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허브 운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는있겠지만 사업 자체가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없는줄게세포허브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황 교수팀 관계자는 "(황교수가) 아무래도 연구실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것으로보인다"면서 "하지만 줄기세포허브와의 관계는 향후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황 교수가 어떤 식으로 연구에 복귀할 지도 관심거리다.

황 교수는 당초 지난 4일 노성일 이사장을 통한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었지만 이를 연기했었다. 이후 이번 주 중으로 황 교수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건강악화로 입원하게 됨으로써 그의 공식 입장은 다음주에나 들을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현재 황 교수팀은 황 교수가 기자회견을 갖기보다 성명서나 짤막한 코멘트 정도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 PD수첩에 대응할까

칩거 생활을 끝낸 황 교수가 연구팀에 큰 타격을 준 PD수첩에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도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황 교수는 칩거 생활 동안 언론에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을 통해 의견을 피력해왔다.

그는 열린우리당 권선택(權善宅) 의원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억울하다. 연구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면서 "과학계를 매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개탄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황 교수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황 교수가 연구실에 복귀한다고 해도 PD수첩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지는 않은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 교수는 그동안에도 언론사의 몇몇 오보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힌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 적은 없었다.

또한 법적 대응을 추진하면 그동안 내세워 온 '과학적 재연'의 논리에도 맞지않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볼 때 황 교수는 MBC측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사태를 일단락지을 가능성이큰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줄기세포 전문가는 "사태가 일단락된다고 해도 법적 대응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속 연구로 흠집난 연구성과를 만회해야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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