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난도질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비난의 대상은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에 참석 중인 최혁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를 비롯한 외교통상부 관료들이다. 최 대사는 국내 공산품의 해외 수출을 위해 농업 부문 협상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고 양보 카드부터 꺼낸 것이다.
최 대사의 발언은 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기조 연설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미리 배포한 각료회의 기조 연설문에서 농업 분야를 특정해 협상에 신축적으로 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천400여 명의 농민이 홍콩에서 WTO 농업 협상 반대 해상 시위까지 하는 상황에서 정부 대표가 농업 부문 희생을 천명한 셈이다. 외교부는 농림부와 협의도 하지 않은 기조 연설문을 배포했다가 말썽이 일자, 다급히 수정했단다. 수정한다고 노출된 전략이 가려지겠는가.
세계 각국은 경쟁력이 취약한 자국 산업 보호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 농업의 국제 경쟁력이 뒤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 농수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 요구가 거세다. 미국'중국'호주 등은 물론 아세안 국가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얻을 것은 얻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타결이 된다. 농업 분야 협상도 최종 타결 단계에 협상 용의를 밝히는 게 순서다. 협상도 하기 전에 최후 카드부터 꺼낸 우리 정부 대표는 외교 협상의 기본 자세마저 망각한 인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아마추어 정부'라고 비판받는 것도 이러한 관료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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