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성공, 실패를 떠나 촬영장 분위기와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종전에는 제 몫의 연기만 하고 쏙 빠져나와 다른 스케줄을 따르기에 바빴다. 늘 CF 촬영에 쫓겨다녔다. 특히 드라마에 출연할 때는 살인적인 콘티에 종종 쓰러지기도 했다. 물론 인기는 정상을 달렸지만 "쉬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영화 '파랑주의보'를 촬영하면서 종전에는 보이지 않던 촬영장 구석구석이 보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또 온전히 촬영에 시간을 할애하며 연기에 충실할 수 있었다. 데뷔 10년, 서른을 향해가는 배우 차태현(29)의 얘기다. 그와 마주한 것은 '파랑주의보'(감독 전윤수, 제작 아이필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와 나눈 이야기는 '파랑주의보'를 넘어섰다.
◇데뷔 10년 만에 처음 만나는 자유
차태현에게 '파랑주의보'는 남다른 의미다. 영화적으로는 지금까지 보여준 캐릭터와 다른 것이 없어 촬영 역시 그러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천만의 말씀. 두 달 반 동안 거제도에 머물며 보낸 시간은 배우 차태현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연기 과정에서'자유'를 깨닫는 데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는 거두절미하고 "차라리 지금이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거제도에서 촬영하면서 제일 편했던 것은 CF 촬영하러 서울을 들락날락하지 않은 겁니다. (송)혜교는 그 장거리를 수없이 오갔지요. 그걸 보면서 내심 '나는 다행'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전에는 제가 어떻게 했던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한동안 최고의 주가를 날리던 그는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와 '투 가이즈',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소 주춤해 있다.
"영화도 잘 안 되고 CF도 별로 안 찍으니까 객관적으로는 상황이 되게 안 좋은 것 같지만 사실은 지금 마음이 가장 편합니다. 오히려 작품에 집중할 수 있고, 일을 할 때만이라도 즐겁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본의 아니게 긴 공백 끝에 선택한 '파랑주의보'가 배우 차태현을 놓고 볼 때는 연기 면에서 방점을 찍을 만한 작품이 아님에도 그가 나름의 만족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 "크랭크 업하면서 스태프 80명에게 일일이 글을 남기는데 개개인에게 다 할 말이 있더군요. 그만큼 현장을 충실히 즐겼다는 얘기지요. 욕심을 버리니 남을 배려하게 되고 여유가 생기더라구요."
◇변신에 대한 강박은 없다
'엽기적인 그녀',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새드무비' 등 그는 멜로영화에서 늘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여자에게 순애보를 바치는 소심한 남성. '파랑주의보'도 그러니 은근히 '힐난'의 소리도 들려온다. "10년간 작품을 하면서 이런 캐릭터가 여전히 계속 들어오네요. 감독님들이 제게 그런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봐요. 변신에 대한 강박은 없어요. 절 믿고 역을 맡기면 전 최선을 다하지요. 반대로 제가 하고 싶어도 감독이 제안을 안 하면 할 수도 없지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오는 나름의 고집이다. 다만 '파랑주의보'에서 교복 입은 고등학생 배역을 맡은 것은 스스로도 좀 민망하다. "어휴…. 그래서 TV를 통해 '대국민 사과'를 수 차례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고등학생 역을 못할 겁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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