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IA 비밀수송기 이·착륙 협조' 시사

英 비밀문건 유출 파문

동유럽의 비밀교도소로 테러 용의자들을 이송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불법행위에 영국이 깊숙이 연루돼 있음을 시사하는 비밀문건들이 잇따라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 언론에 보도된 외무부 비밀메모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CIA의 비밀수송기가 몇번이나 영국의 공항과 영공을 통과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며 알려진 것 이상으로 영국 영토를 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외무부가 총리실로 보낸 이 비밀메모는 하원에서 제기될 대정부 질의에 대한 토니 블레어 총리의 답변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외무부는 이 메모에서 "긴급하게 서류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이 '특별이송'을 목적으로 영국 영토를 사용한 것은 2번으로 알려졌으나 그 이상일 수가 있다.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CIA 수송기가 영국 영토에 착륙한 것은 1998년의 2번뿐이며 테러용의자를 미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잭 스트로 외무장관의 발표가 거짓말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스코틀랜드 야당인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CIA 수송기의 스코틀랜드 공항 이용 명세와 이·착륙을 도운 기업의 명단을 담은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관타나모 만 특급'이란 이름이 붙은 제트기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최소한 5차례 글래스고와 프레스트윅 공항을 이용했다. 이 수송기가 쿠바 관타나모로 테러용의자들을 이송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SNP의 주장이다.

SNP는 CIA의 동유럽 비밀교도소 운영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유럽의회에 문건을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무부 비밀메모를 입수해 보도한 영국 정치 전문잡지 '뉴 스테이츠맨'의 마틴 브라이트 정치부장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을 받을 위험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송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며 "유출된 일련의 비밀문건은 미국의 불법행위에 영국이 깊숙이 연루돼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리실과 외무부는 "유출된 비밀문건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며 입장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보수당, 자유민주당 등 주요 야당은 "정부가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투명하게 사실을 공개하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고 논평했다.

인권단체 '리버티'의 샤미 차크라바티 의장은 "영국 정부가 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영국 경찰이 미국과 영국 정부가 관련된 불법행위를 조사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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