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번째 시집 낸 영덕 농부시인 권동기(45)씨

고단한 인생이/머무를 쉼터에는/ 부엉이도 풀벌레도/울지 않는다/ 행여/ 고요의 숲이 흔들리면/ 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고뇌의 밤)/

농부 시인 권동기(45)씨가 시집 '산하는 무언의 메아리다'(청나무사)를 냈다.

권씨가 살고 있는 곳은 영덕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창수면 오촌리. 하늘과 마을이 맞닿아 있고 방문 열면 산이고 강이다. 권씨는 1994년 시집을 처음 낸 후 매년 한권씩을 출간해 왔다. "고향으로 돌아올 때는 희망적이었는데 지금은 절망만 남아 있다"고 말하는 권씨는 나락으로 떨어진 농촌 삶을 그때그때마다 시어로 남겼다. "농촌에서의 전원 생활, 그건 배부른 사람들의 사치아닐까요"라고 반문할 정도로 그는 앞으로의 농촌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도시에서 살다 1994년 귀농했다는 권씨는 농촌생활 10년만인 2003년 두 손을 들었다. 갚아도 끝이 없는 빚, 희망없는 앞날…. 마침내 농협을 찾아 '부도'신고를 했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은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11권의 시집을 보면 그가 희망에서 절망으로 빠져든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현재 농촌에 살면서도 땅 한평 조차 없고, 신용불량자다. 그러나 그는 그걸 당당하게 말한다. 농촌의 현실을 감출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먹고 살고, 아이 학교는 보내야 하기에 그는 지금 남의 논과 밭을 빌려 담배와 고추 등을 경작하고 있다. 더 이상 나빠질게 없는 만큼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시집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매년 한권씩 낼 작정이다. 그동안은 농삿일 하면서 떠오른 시상을 저녁에 옮겨 적고, 그것들을 한해 농사가 마무리되는 12월 정리해 왔다.

"초판 인쇄분은 모두 팔린다고 출판사로부터 듣고 있다"는 그는 "인세는 아주 조금, 모기 눈알만큼 받고 있다"며 "창수 산골 촌놈이 그것도 대단한 것 아니요"라며 되물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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