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소가 되고 생강이 되어라

얘야,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구나. 우리가 따로 날을 정하여 스승의 말씀을 더욱 깊이 새기는 것은 그만큼 스승의 가르침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겠니?

'짐승이 되려거든 소가 되고 푸성귀가 되려거든 생강이 되라'는 격언이 있단다. 이 말은 우리 옛 스승들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말이 아닌가 해.

초야에 묻혀서 오직 제자만을 가르쳐 온 남명(南溟) 조식(曺植)선생은 공부를 마치고 길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매우 뜻깊은 선물을 한 가지씩 하였는데, 그 중 정 탁(鄭濯)에게는 '뒤뜰에 소를 한 마리 매어 놓았으니 타고 가게. 그리고 평생 내리지 말게.'라고 하였단다. 정탁이 뒤뜰에 가보아도 소는 보이지 않았지. 정탁은 의아해 하다가 금방 무릎을 쳤단다. '아, 나의 성격이 급하므로 소처럼 천천히 행동하라는 뜻으로 스승님이 마음의 소를 주셨구나.'하면서…….

그 다음부터 정탁은 모든 일을 소처럼 신중하게 처리하였단다. 서두르지 않고 늘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였지. 그리하여 정탁은 마침내 훌륭한 학자라는 칭찬을 받게 되었단다. 스승이 준 마음의 소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훗날 정탁은 이 이야기를 글로 써서 남겼단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무사히 벼슬자리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스승인 조식 선생의 덕분이라고 말하였단다.

이 이야기는 스승의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제자로서 스승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구나.

조식 선생이 제자들에게 마음의 소를 주었다면 율곡(栗谷) 이이(李 珥)선생은 제자들에게 마음의 생강을 주었단다. 율곡 선생은 제자들에게 늘 생강 같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단다.

생강은 음식 맛을 살리는 귀한 알뿌리 채소가 아니냐? 김치에는 물론이고 한약을 달일 때에도 들어가야 하지. 그리고 과자를 만들 때나 술을 빚을 때에도 생강이 들어가야 그 맛이 한결 돋보이게 된단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에서 생강만큼 다른 음식과 잘 어울리는 채소도 없을 것 같구나. 생강은 다른 음식맛을 높여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맛을 잃지 않는단다. 그래서 생강 같은 사람을 가리켜 화이부동(和而不同)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지. 어울릴 화(和), 말 이을 이(而), 아닐 불(不), 같을 동(同)! 즉 화이부동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만 똑같지는 않은 개성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줏대 없는 사람은 이리저리 휩쓸리지만 생강 같은 사람은 꿋꿋이 제 할 일은 하면서도 남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지.

우리의 옛 스승들은 이와 같이 소처럼 신중하게 행동하고 생강같이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되 끝까지 자신의 지조를 지키도록 가르쳤단다.

얘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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