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배수관 터져 지하 주차장 '물바다'

강순임(55·여·중구 태평로2가 ㄱ아파트) 씨는 지난 10일 하루 종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2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48가구) 지하주차장이 물바다로 변했기 때문.

"전날 밤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만 해도 별 일 없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어요. 주차장 한쪽 아래 보일러실은 한 때 3m 가까이 잠겼고요. 소방차 두 대가 출동, 3시간 동안 물을 빼야 했습니다."

강 씨와 주민들은 아파트 뒤편 건물 신축공사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거라고 주장했다. 낡은 자신들의 아파트와 3m가 채 되지 않는 거리를 두고 4층짜리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지반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배수관이 터지는 바람에 주차장이 물바다를 이뤘다는 것.

주민들은 아파트 뒤편에 있는 비상구, 소화전도 신축건물 공사로 제 기능을 못하고 지반도 계속 침하 중이라며 지난 4월 대구지법에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강 씨는 "지하주차장에 찬 물을 빼내고 있는데도 아파트 뒤편에선 아랑곳 않고 공사를 계속 진행했다."며 "아파트 한쪽 땅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데도 뒤편에 또 다른 공사(14층 오피스텔)가 예정돼 있으니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수차례 중구청을 방문,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으나 공사진행에 문제가 없다며 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는 등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이 아파트 뒤편에는 지난 2004년 4층 건물과 14층 건물 건축허가가 났으나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로 그동안 건축주들이 공사를 미뤄왔다.

이에 대해 구청은 적법한 건축허가이기 때문에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강제로 공사를 중지시킬 수는 없지만 주민 입장을 고려, 그동안 수차례 공사중지를 요청했다고 했다. 또 당초 건축허가를 내줄 때 건축법상 아파트와 1m만 거리를 두면 건물신축이 가능하지만 주민 입장을 고려, 2.5m를 띄운 채 공사를 하라고 조건을 달았다고 했다.

정달화 구청 건축주택과장은 "아파트 뒤편은 엄연히 사유지라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주민들의 요구만 들어줄 수는 없는 실정"이라며 "아파트 시설 관리는 주민들의 몫이므로 아파트 뒤편 공사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찬 것이라면 이에 대한 증명도 주민들이 해 별도로 피해 보상을 제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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