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마당-등산로에 왠 올무

얼마전 성주군 금수면 무학리에 있는 어느 산으로 등산을 다녀온 적이 있다. 마을입구에 일행 5명이 차에서 내려서니 고향 온 듯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런데 1시간 정도 산을 올랐을 때 사고가 날 뻔하는 바람에 그 좋던 기분이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산 짐승을 잡으려고 설치한 올무에 발이 걸려서 넘어지고 만 것이다. 올무를 제거해 손에 들고 산행을 하는데 먼저 올라간 일행이 너구리가 올무에 걸렸다고 외쳤다.

종종 걸음으로 올라가 보니 아마 토요일 밤 늦게나 일요일 아침에 걸린 것 같았다. 올무가 허리에 걸린채 얼마나 몸부림을 쳤던지 주위의 땅과 나무가 온통 파헤쳐져 있었다. 우리 일행은 너구리를 풀어주려고 접근을 했지만, 반항이 너무 심해 시간이 많이 지연되었다.

너구리의 울음소리는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나뭇가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겨우 올무를 풀어주니 쏜살같이 달아났다. 죽음의 눈앞에서 필사의 노력을 하던 너구리의 눈에 차츰 체념의 그림자가 어리던 그 애처로운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생에 대한 애착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주위를 살펴보니 산 짐승들이 잘 다니는 길목에 올무가 수 없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산행을 하면서 약 20여 개의 올무를 수거했다.

모처럼 산행의 아름다운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다. 산 짐승을 잡겠다고 설치한 올무에 사람도 다칠 수가 있다. 그리고 연약한 야생동물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산 짐승도 산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사람들도 마음놓고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이었으면 좋겠다.

이종태(대구시 중구 수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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