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바쿠바서 주민 7명 피살

"美軍 오인 공격"-"알 카에다 테러리스트" 주장 엇갈려

미군이 12일 바쿠바 지역의 한 가옥에 무차별 공격을 가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이라크인 9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뒤 피살자들의 신분을 놓고 미군과 현지 주민들 간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북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바쿠바는 지난 7일 이라크 내 알-카에다 조직을 이끌어온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미군 공격을 받고 사망한 곳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쿠바 인근에서 공습과 지상작전을 펼쳐 "테러리스트 7명을 죽이고, 부상자 3명을 포함해 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날 공격목표가 된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 내 알-카에다 지도부와 연계된 인물들로,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을 지원하는 일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미군이 목표물에 접근할 때 지붕 꼭대기로부터 기관총 공격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수류탄 발사기 1점, 로켓탄 5점, AK-47 소총 9점과 탄창 20개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작전과정에서 희생된 어린이 시신 2구를 수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미군의 이번 공격으로 숨진 사람들은 알-카에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역주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주민인 모함메드 압바스는 "지붕에서 자고 있는데 한 방범단원이 도보순찰 중이던 미군 병사들을 저항세력으로 알고 총을 쏘았다"며 그것이 미군의 오인공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은 처음에는 여러 집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다가 나중에 한 집에 공격을 집중했다"며 "어린이 7명을 포함한 그 집 식구 9명이 죽고 4명이 실종됐다"고말했다.

다른 목격자인 샤힌 압둘라(여)는 "미군은 주로 탱크나 차량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우리는 도보로 움직이는 미군에 익숙하지 않다"며 마을 방범단원이 미군을 저항세력으로 잘못 봤다고 말했다.

AP통신도 미군이 민간인을 공격했다고 현지 주민들이 비난했다면서 공격이 멈춘 뒤 한 주민은 머리가 반 쯤 없어진 어린이의 검게 그을린 시신을 들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치안이 불안한 이라크에서는 주민들이 경무기를 갖춘 자체 방범단을 가동하는 경우가 많아 이날 공격이 미군의 오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나면 큰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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