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의 창)열광적인, 혹은 냉정한 독일의 두 얼굴

독일의 브레멘은 분데스리가의 명문 베르더 브레멘이 있는 도시이지만 이번 월드컵 개최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의 경기가 없긴 하지만 15일(현지시간) 도시는 비교적 차분했다.

브레멘 중앙 역사에는 TV를 비치한 상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은 에콰도르-코스타리카, 잉글랜드-트리니다드 토바고, 스웨덴-파라과이의 경기가 열렸지만 브레멘 중앙 역사는 물론 브레멘을 관통하는 라인 강변의 야외 카페에도 TV나 대형 전광판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림 동화의 동물 음악대 이야기의 도시로 잘 알려져 관광객이 몰리기도 하는 이 도시는 도심 곳곳에 월드컵 출전국 국기가 걸려 있는 상점들이 눈에 띄고 월드컵 출전국 응원단들이 가끔 도심을 걸어가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전날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에 그토록 열광하던 독일인들은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간 듯했다.

뒤셀도르프 역시 월드컵 경기가 열리지 않는 도시. 뒤셀도르프 중앙 역사에도 그 흔하디 흔한 TV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독일인들은 다중이 모이는 장소인 철도역 등에 한국처럼 TV를 비치하지 않지만 월드컵 대회 기간임을 고려하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TV를 비치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TV 중계를 아무데서나 볼 수 없도록 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된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전날 독일과 폴란드의 경기 중에도 독일의 택시들은 정상 영업을 했다. 우리나라라면 택시 기사들도 잠시 일손을 접은 채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텐데 독일 택시기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독일인들은 경기를 볼 때는 열광하는데 경기 후에는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빨랐다. 물론 많은 독일인들이 경기 후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고 거리를 쏘다니거나 차량 경적을 울리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분히 일상으로 빨리 돌아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독일이 폴란드에 많은 득점 기회를 놓치다가 인저리 타임에 골을 넣어 1대 0으로 겨우 이긴 데 대한 불만일 수도 있다. 결승전에서 이겨 우승한다면 빨리 차분해지지는 않으리라. 한 독일인 택시 기사는 폴란드와의 경기 내용에 실망한 듯 "독일이 우승팀은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외국에서 온 월드컵 출전국 응원단들의 열기가 뜨거운 반면 개최국인 독일인들은 그들의 기질 탓인지 월드컵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차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레멘(독일)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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