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대 산별노조' 출범 본격화…산업현장 빅뱅 오나?

대기업노조가 중소기업 노조와 연대, 거대 '산업별노조' 출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산별노조가 출범하면 전국 15만 근로자가 가입한 '초대형노조'가 될 전망이어서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사용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 최대 제조업체인 한국델파이 노조를 비롯, 현대차·기아차·GM대우차·쌍용차 등 대기업 노조가 가입된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연맹' 노조는 이미 산별노조 체제를 갖춘 금속노조와 '산별노조' 통합·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속산업연맹 산하 30개사업장(조합원 10만 명) 노조는 26일~30일 산별체제 전환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찬반투표에서 각 사업장 노조가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금속산업연맹은 산별노조로 전환한 뒤 기존 금속노조와 통합, 조합원 15만여 명의 '거대 산별노조'로 변신한다.

2001년 산별체제를 갖춘 뒤 산별교섭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는 대구·경북지역에서 20여개 업체 노조 4천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고 전국적으로는 5만여 명이 소속돼 있다.

새로운 산별노조는 사용자 단체와 산업별 공동교섭을 요구하게 돼, 기업별 교섭때보다 노조의 교섭력이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노조 관계자들은 "정부가 내년부터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반 노동정책' 시행에 들어가면서 한국의 노동운동이 새 힘을 결집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사용자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델파이와 거대 완성차 업체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한꺼번에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지역 업체들은 대기업 노조 대표들과도 한 협상테이블에 앉아 단체교섭을 벌여야 한다는 것.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사용자 단체 관계자는 "기업별 노조 체제였던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들이 산별체제로 전환 이후 툭 하면 단체행동을 불사하는 바람에 부도 위기까지 간 지역 업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금속산업연맹의 산별노조 전환은 노조파업 사태를 더욱 부추겨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기업의 숨통을 조여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일부 대기업 노조원들은 산별체제로 전환되면 기업규모나 임금 수준이 전혀 다른 대기업과 중소업체들이 하나로 묶이게 돼 임금인상이나 복지 부문 등에서 대기업 직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은 지난 2001년에도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했지만 노조원들이 반대해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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