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한국적 공포' 아랑

너무 억울해서, 죽었지만 완전히 죽지 못한 영혼. 영화 '아랑'은 한(恨)을 품고 죽은 여인의 해원(解寃) 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경남 밀양에서 유래한 아랑 설화는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원한을 새로 부임한 사또가 대신 풀어 준다는 내용으로 장화홍련전의 근원이 되는 설화. 영화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두 형사가 억울하게 죽은 소녀의 원혼을 만나 그녀의 한을 대신 풀어준다는 한국적 정통 공포물의 방식을 따른다. 자신이 지은 죄 값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두려움, 옥죄어오는 공포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욕망을 들춰낸다.

정직됐다가 막 복직한 여형사 소영은 신참 후배 현기와 팀을 이뤄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한다. 죽은 세 남자는 모두 청산가스에 의해 심장마비로 이어지는 질식사를 당했다. 유일한 단서는 피해자들의 컴퓨터에 떠있는 민정이란 소녀의 홈페이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세 남자들이 모두 친구 사이이며, 홈페이지의 민정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두 형사가 캐나가는 과정에 이야기의 초점이 모아진다.

유력한 용의자가 조사를 받던 도중에 의문의 살인을 당해 수사가 오리무중에 빠진다. 살해 당시 떠 있던 홈페이지의 주인공 민정에 대해 수사하던 소영과 현기는 그녀가 10년 전 갑자기 실종됐다는 사실과 그녀가 네 피해자와 모두 만난 적이 있음을 알게 된다.

홈페이지 속 소금창고로 간 소영은 그곳에서 피해자들이 당시 폭행치사에 가담했고 그 중 첫번째 피해자가 죄를 혼자 뒤집어쓰고 8년간 복역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민정을 성폭행하고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것. 그렇다면 민정의 원혼이 이들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인가.

영화는 '보이지 않는 무엇'의 존재감을 증폭시키며 공포의 강도를 높여 나간다. 그리고 수사진과 피해자들, 심지어 귀신의 정체까지 묘한 연결고리로 한데 묶는다. 영화는 비밀을 밝히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말하려한다. '…ing' 조감독 출신인 신예 안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송윤아가 형사로 가담, 공포물에 도전했다. 96분. 15세 관람가. 28일 개봉.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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